[시론] 오바마 정부와 ‘예방 통상외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시론] 오바마 정부와 ‘예방 통상외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입력 2008-11-21 00:00
수정 2008-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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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협상의 여파로 벌어진 촛불시위와 뒤이은 추가협상 진통은 한·미 통상관계의 갈등과 위기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주의’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의 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실물부문으로 전파되게 되면, 이런 갈등요인은 급격히 현실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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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선, 미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부문을 재협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은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기에, 오바마 정권이 선택하기 곤란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FTA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한 나라에만 특혜를 부여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미측이 원하는 것은 EU·일본·한국 등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것을 재협상을 통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EU와 일본이 이에 반대할 리 만무하다. 재협상 국면에선 FTA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상의 타협을 이루느냐가 관건이기에 우리도 미리 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시판허가 문제는 FTA와는 별도로 제기되는 양국간 갈등요인이다. 미국은 EU를 WTO에 제소해 “GMO제품의 시장진입을 부당하게 지연시켜선 안 된다.”는 판정을 받아냈었다. 현재 우리가 미국산 GMO에 대해 취하고 있는 표시제도와 안전성 검사제도는 그런 판정내용과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이 이에 대해 WTO에 제소하거나 통상압력을 가하면, 국내에선 또 다른 촛불시위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멜라민 함유식품 파동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멜라민의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 것이나, 우리가 필요이상의 과도한 규제를 취한다면 한·미 통상문제가 된다. 많은 중국산 유제품의 실제 생산자가 미국 다국적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휴대전화에 대한 국산 표준무선인터넷플랫폼(WIPI) 탑재 의무화 정책을 취해 왔다. 국내표준의 단일화를 이루는 한편, 미 퀄컴사의 플랫폼 사용에 따른 대미 로열티 지급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WIPI가 또 다른 미국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통신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제도를 종료시키지 않는 한 한·미 통상마찰의 단골 메뉴가 될 것임은 뻔하다. 오바마 정권과 민주당 의회는 한국과의 교역불균형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외국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슈퍼301조를 부활시킬 수도 있다. 미국이 실제로 일방적 무역보복을 행사하지는 못할지라도 WTO 제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301조 절차를 적극 운영할 가능성은 높다.

전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한·미 통상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마당에, 양국간 갈등요인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내의 식품검사·유통제도를 과학화·선진화하고 각 분야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의 민감한 국내정치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적 입증을 통해 교역 위험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제도의 과학화와 선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예방 통상외교’가 우리 대미통상정책의 기조가 돼야 하며,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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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2008-1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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