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강변에서/최태환 논설실장

[길섶에서] 가을 강변에서/최태환 논설실장

입력 2008-10-01 00:00
수정 20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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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가을이 성큼 몸안으로 들어왔다. 얼마전 추석 때만 해도 초록빛 여름 그대로였는데…. 출근길에 후배를 만났다.“선배, 이맘때면 마음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40대 초반의 그다. 그도 떠나보내는 세월이 아쉬운 것일까. 하기야 삶의 영탄에 나이가 대수일까.

문득 러시아 화가 레비탄의 ‘영원한 평화위에서´를 떠올린다. 지난여름 모스크바 여행때 트레티아코프 미술관에서 만났다. 언덕 위의 조그마한 교회와 침묵 가운데 세상을 압도하는 듯한 강물이 대조를 이룬다. 아트디렉터 이진숙은 ‘차갑고 죽음 같았던 가을날´ 볼가강의 풍경이라 했다. 그림은 깊고, 사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톤 체호프는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베짱이´를 썼다고 전한다.“과거는 싱겁게 흘러가 버렸고, 미래는 부질없어라.…무엇 때문에 사는가.”소설속 주인공의 독백이다.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이 가을은 다시 우리에게 명상을 주문하는 것 같다. 경계없이 피고지는 삶과 죽음이 가을의 산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최태환 논설실장

2008-10-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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