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 시대/ 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글로벌 시대]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 시대/ 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입력 2008-04-14 00:00
수정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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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JPO (Junior Professional Officer, 자세한 내용은 http:///www.unrecruit.go.kr/참조)로 근무하기 시작한 나는 그해 11월 처음으로 난민 캠프를 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난민, 특히 난민 어린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며 그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잠비아로 향하는 나는 매우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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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처음 밟은 아프리카 대륙은 매우 아름다웠고 잠비아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수도 루사카의 UNHCR사무소에서 잠비아에 있는 난민들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후 앙골라와 국경이 있는 웨스턴 프로빈스로 출발했다. 이후 몽구라는 도시를 거쳐 낭웨시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잠비아의 이웃인 앙골라는 당시 내전 중이었고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명의 앙골라인들이 국경을 넘어 잠비아로 피란하는 상황이었다. 수십일을 걸어온 난민들의 모습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노약자들이었다. 그나마 보이는 젊은 남자들의 대부분은 지뢰에 다리를 다친 사람들이었다.

마침 그때가 우기였는데 갑자기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바람에 창고에 보유하고 있던 텐트, 주방기구 등의 긴급 지원 물품이 동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난민들은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워 놓고 구호 물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낭웨시 캠프에는 2만명 정도의 앙골라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캠프가 이미 만원이어서 대부분 난민들은 캠프 밖에서 생활터가 지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려서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로부터 6·25전쟁과 피란 생활에 얽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50년이 지났지만 그런 비극은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내 눈앞에 고향과 가족 그리고 소유한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고 타지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건소를 가 보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여기저기 심하게 다친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십일을 걸어오느라 극심한 영양실조와 탈진으로 쓰러진 어린이들로 병실이 가득 차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뼈만 앙상하여 만지면 으스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주머니에는 그때 5개월 된 딸아이의 사진이 있었는데 살이 올라 뺨이 터질 것 같은 사진 속의 딸아이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시대와 장소를 잘못 만나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난민 아이들 때문에 잠비아를 떠날 때까지 딸아이 사진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오늘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전쟁뿐만 아니라 가난과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작년 9월 유엔아동기구(UNICEF) 발표에 따르면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자수가 처음으로 연 1000만명 미만으로 감소했다.970만이란 숫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얻은 성과이자 새천년 목표 달성을 위한 희망적인 수치다. 이는 또한 서울시 인구에 비견할 수 있는 규모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 죽어 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이웃이라는 개념을 다시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을 모른 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기구에서 봉사하는 한국인으로서, 지구촌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훗날 그들의 기억에 한국이 ‘우리가 어려웠을 때 도와준 고마운 나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UNICEF를 비롯한 여러 기구와 나라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한국도 이제 다른 나라에 있는 어려운 어린이들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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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2008-04-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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