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동맹(同盟)에는 두 종류가 있다.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전략동맹´ 그리고 가치나 신뢰와는 관계없이 이익에 따라 단기적으로 협력하는 ‘전술동맹´이 그것이다. 미국과 영국 간의 동맹은 전략동맹이고, 미국과 파키스탄 간의 동맹은 전술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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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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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렇게 볼 때, 지난 5년간 한·미관계는 전술동맹에 가까웠다. 우리에게 미국은 중국보다도 믿기 어려운 존재였고 남북관계 개선에 방해요인이었다.‘중국의 부상´(rise of China)에 대처하기 위한 아시아 전략을 수행해 나가는 미국에 한국은 일본이나 호주 심지어 인도보다도 신뢰하기 힘든 존재였다.
‘이명박 시대´의 한·미관계는 전술동맹이 아닌 전략동맹을 지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신뢰동맹´,‘평화구축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가치동맹´은 한·미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인권침해, 테러, 마약, 환경오염, 재난 등 ‘인간 안위에 대한 위협´에 공동 대처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양국은 일본, 호주, 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뢰동맹´은 두나라 지도자들이 인간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신뢰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면전에서는 듣기 좋은 말만 하다가 돌아서면 반미적 선동구호로 돌아가는 우리의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행위는 불신만을 초래했다.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일부를 이라크로 옮기는 부시 행정부의 행위 또한 불신을 초래했다. 앞으로 양국은 인간적 차원의 신뢰를 제도적 차원의 신뢰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상품 이동의 장벽을 제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상호 신뢰에 기초한 관계가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하루빨리 이를 비준하여 정치·경제·사회를 포괄하는 다차원적 상호 신뢰를 공고화해 나가야 한다. 비자면제협정도 체결해 교류와 협력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평화구축동맹´은 양국이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앞으로 두 나라는 두나라 군대가 한반도 차원을 넘어 범세계적 평화구축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과 범세계적 평화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준비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국방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대로 한국군 평화유지군을 1000∼3000명 정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이툰 부대의 사례에서 보듯 평화유지활동의 전범(典範)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군 평화유지군의 육성을 통해 미국과 함께 평화유지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한·미동맹이 ‘글로벌 코리아´ 실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한·미관계 강화가 남북관계는 물론 주변국 관계를 선(善)순환구조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적절한 시점에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의 상호 신뢰를 확대하며, 견고한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및 아시아의 평화구축에 기여한다는 내용과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은 ‘21세기 한·미 전략동맹 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2008-0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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