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덴마크식 토론 리더십/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글로벌 시대] 덴마크식 토론 리더십/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입력 2008-01-21 00:00
수정 200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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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내 계산으로는 그 방법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의 작은 덴마크, 남산에 있는 주한 덴마크대사관에서 매주 열리는 회의 장면이다. 결정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의견을 개진함에 있어 직급의 높고 낮음이 없다. 그저 정해진 안건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뿐이다. 덴마크 정부가 파견한 외교관이라고 해서 발언권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 의견이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이라고 해서 비난하거나 무안을 주는 경우도 없다.

단지 상대방의 의견이 자신의 것과 같다면 논리적으로 동의를 표시해서 서로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냥 침묵하고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의견을 많이 말하는 사람이 더 돋보이는 분위기다.

회의에 참석하는 구성원 모두가 회의를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리더이기에 각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흔히 한국에는 진정한 토론 문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그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직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의 의견이 결론을 도출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른바 ‘높은 분’이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모두가 높은 분의 ‘괘씸죄’를 두려워하기라도 하는 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침묵으로는 좋은 의견을 도출해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것도 우리 토론 문화의 맹점이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순간 감정적으로 흥분하여 목소리가 격해지고 쟁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발언을 하게 된다. 결국 서로간의 의견이 얼마나 다르냐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회의는 아무런 결론없이 마무리된다.

지난해 연말 대선후보 TV토론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토론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했다.

쟁점과는 상관없는 얘기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공격을 받은 사람은 이미 지나간 사안을 다시 끄집어 내어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고, 그 방어 수단은 새로운 공격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었다. 논리적 의견이 아닌 감정적 대응으로는 선진적 회의 내지는 토론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

건강한 토론 문화야말로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방식을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지향한다면 그에 걸맞은 토론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토론 리더십이 있는 나라를 우린 선진국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국민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새해부터는 우리 모두 덴마크식 토론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회의나 토론을 할 때는 모두 ‘계급장’을 떼고 직급의 굴레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어떨까. 남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더 준비하면 어떨까.

“ 오늘의 결론은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인 후에 모든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비록 내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을지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으며 상대방의 논리가 더 나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서로 믿기 때문이다. 서로 신뢰하는 것이 토론의 기본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2008-01-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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