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기금 독립 빈말이었나

[사설] 국민연금기금 독립 빈말이었나

입력 2007-11-15 00:00
수정 200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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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을 독립시킨다더니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슬쩍 바꾼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법제처에 넘겼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보건복지부로 소속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 부족과 관료적인 의사결정구조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독립기구화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정부는 입법예고기간 중 의견수렴과정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완전독립화하면 수익성만 좇다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등 국가경제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어 책임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과정에서 ‘투명성’‘독립성’‘전문성’이 논란의 핵심이었지 ‘책임성’은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독립성을 보완하는 방편으로 정부의 책임성을 들고 나와 청와대 소속 위원회로 바꾸겠다는 것은 200조원에 이른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정부의 입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그리도 인색하면서 한푼도 기여하지 않는 국민의 노후연금 운용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국민연금이 오늘날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은 정부의 과장된 홍보와 재정운용의 보조수단으로 악용한 전력에 기인한 바 크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당초 입법예고한 대로 국민연금기금을 정부의 영향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정부가 끝내 거부한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2007-11-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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