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지자체 의정비 현실화와 전제조건/ 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지자체 의정비 현실화와 전제조건/ 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입력 2007-10-17 00:00
수정 2007-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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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살고 있는 동네의 의정비 심의위원에 위촉됐다. 구(區) 의원들이 내년도에 받을 보수를 이달말까지 결정하는 임무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선뜻 응했다.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위원들도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이미 몇몇 자치단체가 의정비를 최고 두 배까지 현실화하기로 결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끝이어서 몸조심을 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의정비 심의위원들이 ‘대략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유급제가 첫 시행된 지난해 너무 낮게 ‘급조’된 의정비를 적정수준으로 현실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지방의원들의 높은 기대치에 비추어 지역사회는 이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정비를 정하기 위한 적절한 산정기준이 없다는 점과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부족 및 ‘비호감’에서 기인하는 요인도 있는 듯하다.

산정기준의 부재는 해답이 없는 수학문제를 풀라는 격이다. 그나마 있는 몇가지 기준도 모호하고 주관적인 근거들뿐이다. 의정비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월정수당이다. 월정수당은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의 보수인상률과 물가상승률, 의회의 활동실적과 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3804만원을 받은 서울 서대문구 의원들에 반해 충북 증평군 의원들은 절반수준인 1920만원을 받았다.

또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원의 월 평균 수령액은 276만원으로 계약직 환경미화원의 최고액 405만원에 한참 못 미쳤다. 오죽했으면 전국시군구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광역, 기초의원별로 월정수당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했을까.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원칙에도 없는 보수(報酬)가 결정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수산정 때 공휴일을 공제하지 않는 공무원과 달리 의정비를 회의출석의 대가인 것처럼 잘못 계산하는 등 의정비 결정이 보수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의회에 거의 상근하다시피 하는데 회의일수 80일을 근거로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 웬말이냐고 의원들은 항변한다. 지방의원은 선거에 의해 뽑힌 정무직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에 준한 보수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방자치 전문가도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한 여전한 이해부족과 비호감은 의정비 현실화를 저항에 부딪히게 하는 요인이다. 서로를 ‘의원님’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호칭하는 데서 엿볼 수 있듯이 일부 의원들의 ‘방각하식’ 권위주의와 비전문성이 낳은 자업자득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능한 지역인재의 수혈이나 주민자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는 주민들이 정작 필요한 ‘총탄’지원에는 인색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지방자치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자체 정화와 자기엄격성이 절실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유급제가 시행된 이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질적인 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의정비 현실화에 동의하더라도 윤리조례 제정과 외부인사가 포함된 윤리위원회 운영, 보다 엄격한 겸직금지제도의 도입, 상근 의무화,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평가제도 도입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놓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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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joo@seoul.co.kr
2007-10-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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