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실장이 ‘특목고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외국어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고와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특목고가 해당 분야의 영재를 키운다는 제 기능을 못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외고의 경우 동일계 대학 진학률 등의 지표로 평가해 특성화고교로 전환하고 주기적 평가를 통해 재지정·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목고가 입시학원화하고 있다는 논란은 있었지만 정부출연기관의 일개 연구자가 특목고 지정 해제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의외다.
교육부는 얼마 전 특목고 신설을 유보하고 지정 해제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개발원이 장단이라도 맞추듯 외고 때리기 여론몰이에 동원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보고서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외고와 일반고 비교에 국어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외국어에 집중하는 외고는 일반고보다 국어 수업시간이 적다. 동등한 비교가 어려운데도 국어를 측정해 학업성취도에 차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무리이며 타당하지 않다. 교육열이라면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는데도 특목고를 사교육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운 인상도 준다.
특목고가 평준화 보완을 위한 수월성 교육, 영재 육성이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잘못을 고쳐나가야지 특목고를 폐지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 특목고를 없앤다고 해서 사교육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교육 실패가 가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교육정책을 편의적 발상에 따라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7-09-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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