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연서(戀書)/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서(戀書)/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7-09-12 00:00
수정 2007-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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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로비스트 린다 김은 정부 고위층과의 연서(戀書) 파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린다 김은 신무기 도입 계획인 백두·금강사업에 관여하면서 이양호 전 국방장관, 금진호 전 의원 등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었다. 훗날 그가 쓴 고백 자서전‘코코펠리는 쓸쓸하다’에는 고위층과 주고 받은 편지에 대한 해명이 한 대목 들어 있다.

린다 김은 사업상 여행을 자주 하면서 비행기에서, 호텔에서 냅킨이나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편지를 쓰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장관, 금 의원과 교신한 편지는 살아가면서 드물게 만나는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의 표현으로 마음에 와닿는 말들을 주고 받았을 뿐,‘연서’라는 항간의 소문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했다. 린다 김은 이 장관한테 아버지 같은 온화함을 느꼈고, 금 의원에 대해서는 ‘참다운 신사’라면서 여자와 남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 사람이라고 썼다.“산타바바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 한 추억을 음미하며….”란 구절이 들어 있는 편지는 금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것인데, 이게 공연히 ‘연서’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린다 김은 해명의 글 맨앞에 “인간의 영혼을 교합하는 것은 키스보다는 편지다.”라는 영국 시인 존 돈의 말을 옮겨 놓았다. 아마 고위층과 편지를 통한 정신적 교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서로 한점 연애감정이 없고서야 어떻게 그런 편지들이 오갈 수 있었을까.

학위 위조로 말썽이 난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100통이 넘는 연서가 이메일로 오고간 사실이 드러났다. 요는 이 편지가 둘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알 수 있는 단서이고, 신씨의 교수임용에 권력이 개입했다는 예비증거라는 점이다. 검찰에서는 “린다 김의 연서보다 더 강렬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온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주고 받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다만 변씨가 연애감정에 취해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면 안타깝다. 사랑을 감추려다 30년 공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고, 정부와 대통령을 망신시켰다. 변씨와 신씨에겐 지워도 없어지지 않은 그 놈의 연서가 두고두고 원망스러울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9-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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