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베이징에 다녀와서/신경숙 소설가

[문화마당] 베이징에 다녀와서/신경숙 소설가

입력 2007-09-06 00:00
수정 2007-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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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문학 출판사에서 ‘외딴방’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계기로 베이징을 다녀오게 되었다. 박완서 선생, 은희경 작가와 함께였다. 중국에 아직 한국문학이 다채롭게 번역되어 있지는 못하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에겐 일찍이 번역되어 중국 대중들에게 많이 읽힌 인터넷 소설을 쓰는 귀여니나 ‘국화꽃 향기’ 정도가 한국작가이고 한국문학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중국에서 대표성을 지니는 출판사에서 이번 베이징에 간 세 작가의 ‘그 남자네 집’‘새의 선물’‘외딴방’이 동시에 출간된 것은 뜻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이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중국이 거의 자본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내부 깊숙이 들어가면 사회주의의 큰 통제 속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감한 계기가 되었다. 최근 들어 한국에 중국문학이 봇물 터지듯 번역되어 나오고 작품의 질도 상당한 수준을 이루고 있다고 여기고 있던 나로서는 사뭇 새로운 경험이었다. 중국소설의 대부분(번역되어 있는 것밖에 읽을 수 없긴 했으나), 특히 비판적인 어조로 쓰여진 작품들이 당대의 중국 현실을 피하고 문화혁명 때의 시기가 초점이 되는 것이 나에겐 늘 의문이었다. 그것이 고도의 정치적 통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어내면서 의문이 풀렸다.

작가가 작품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건 작가로서의 권리이며 의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비판의 한계선을 작가의 고민을 통해서가 아니라 중국 당국이 정한다는 느낌이었다. 번역 작업이 다 된 김훈의 ‘칼의 노래’가 명나라 적장을 호감 있게 그리지 않는다고 해서 출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이상하기도 하다, 대국의 속이 그렇게나 좁을까, 싶었는데 그 또한 중국사회가 고도로 발달된 감시와 통제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것을 감안하고 나니 나름의 이해가 생겼다.

세세한 이야기는 해 볼 수 없었지만 중국 태생이면서 프랑스로 건너가 불어로 소설을 쓰는 샨사라든가 미국에서 역시 영어로 작품을 쓰는 하진이라는 중국작가들을 중국내의 현역작가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샨사나 하진이 그들의 조국이랄 수 있는 중국에서 작품으로 소통되는 것이 얼마간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은 묘한 것이었다. 몇해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도 우리는 중국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중국내에서는 프랑스 작가로 여기고 있었다. 중국사회의 통제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 이유인 것 같았다.

특히 하진의 작품을 읽어보면 지금의 중국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가 많다. 이렇게 다른 나라로 나가야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중국작가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자 그동안 광대한 스케일의 중국작품을 읽으면서 가졌던 은근한 두려움이 슬쩍 삭감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새삼 그냥 단순하게 평가해서 어떤 이야기를 쓰든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우리 현실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베이징은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88년도의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베이징도 어딜 가나 건물을 신축하고 길을 새로 내느라 분주했다. 그 와중에 오래된 것들이 낡았다는 이유로 무너지고 있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체 올림픽이 뭔데 저럴까 싶은 마음은 내 마음에 불과하지만 옛것을 마음대로 부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실감하는 건 베이징이나 서울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에 베이징이 어떻게 달라질지 새삼 궁금해진다. 다른 건 몰라도 그때쯤엔 중국작가들이 자신도 모르게 통제받고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당대의 중국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하여 은근히 삭감된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복원되기를….



신경숙 소설가
2007-09-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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