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 양제(煬帝)는 권력을 위해 아버지 문제(文帝)를 시해한 천하의 역자(逆子)로 유명하다. 문제의 둘째 아들인 그는 태자로 책봉되지 않자 형을 반역으로 모함해서 기어이 태자 자리를 차지했다. 문제가 병들어 드러누웠을 때는 그가 총애하는 선화부인을 겁탈하려다 미수에 그쳐 태자 직위를 내놓아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양제는 심복을 시켜 병상의 아버지를 두 다리를 찢어 살해하고 마침내 황위에 올랐다. 권력에 눈이 멀면 부모형제라도 잔인하게 제거하는 일이 동서고금에 어디 양제뿐이랴.
권력이란 이렇게 골육과도 나눌 수 없다지만,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곳 또한 권력을 생산하는 정치바닥의 생리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들에겐 정치생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씨의 3당 합당과,1998년 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은 생생한 사례다. 최근 미국 CNN방송이 애증이 오락가락하는 친구관계를 표현한 말이라며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 프레너미(frenemy) 현상을 소개했는데, 권력의 떡고물이라도 얻을까 해서 이합집산이 횡행하는 정치판에도 참 잘 어울린다.
파키스탄에서는 지금 권력 나눠먹기가 화제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정적인 부토 전 총리와 손을 잡을 모양이다. 무샤라프는 겸직인 육군 참모총장직을 내놓고, 망명 중인 부토와 그 측근들을 불러들여 요직을 분배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미 총리를 두번 지낸 부토에 대해서는 3선 금지를 규정한 헌법까지 뜯어고쳐 총리가 되는 길을 열어 놓겠단다. 그야말로 집권자 입맛대로다.
국민이야 반발을 하든 말든 권력을 그저 극소수 위정자들의 사유물로 여기는 파키스탄 정치인들의 배짱이 놀랍다. 군부정권이 권력 연장을 위해 무슨 야합인들 못하랴만, 그런 정치지도자를 둔 국민만 애처롭다. 재집권하고 나면 마음이 싹 달라지는 게 권력의 또다른 속성이다. 권력분점이란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를 모를 리 없는 부토가 무샤라프의 야욕에 들러리만 서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권력이란 이렇게 골육과도 나눌 수 없다지만,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곳 또한 권력을 생산하는 정치바닥의 생리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들에겐 정치생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씨의 3당 합당과,1998년 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은 생생한 사례다. 최근 미국 CNN방송이 애증이 오락가락하는 친구관계를 표현한 말이라며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 프레너미(frenemy) 현상을 소개했는데, 권력의 떡고물이라도 얻을까 해서 이합집산이 횡행하는 정치판에도 참 잘 어울린다.
파키스탄에서는 지금 권력 나눠먹기가 화제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정적인 부토 전 총리와 손을 잡을 모양이다. 무샤라프는 겸직인 육군 참모총장직을 내놓고, 망명 중인 부토와 그 측근들을 불러들여 요직을 분배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미 총리를 두번 지낸 부토에 대해서는 3선 금지를 규정한 헌법까지 뜯어고쳐 총리가 되는 길을 열어 놓겠단다. 그야말로 집권자 입맛대로다.
국민이야 반발을 하든 말든 권력을 그저 극소수 위정자들의 사유물로 여기는 파키스탄 정치인들의 배짱이 놀랍다. 군부정권이 권력 연장을 위해 무슨 야합인들 못하랴만, 그런 정치지도자를 둔 국민만 애처롭다. 재집권하고 나면 마음이 싹 달라지는 게 권력의 또다른 속성이다. 권력분점이란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를 모를 리 없는 부토가 무샤라프의 야욕에 들러리만 서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9-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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