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양심불량/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양심불량/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7-08-01 00:00
수정 2007-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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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준비가 늦어져 택시를 탔다. 기사가 대뜸 한다는 말이 “제발 차비는 떼먹지 마슈.”다. 왜 그러느냐고, 내가 차비도 없이 택시 탈 사람처럼 보이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새벽 3시에 나와 일을 시작했는데 첫 손님부터 차비를 안 내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대방동에서 거나하게 취한 20대 초반의 남자 두명이 탔다. 한명은 봉천동서 내리고, 나머지 한명은 사당동 골목을 누비게 만들고 나서 “집에 가서 택시비를 갖고 오겠다.”고 한 뒤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가방이라도 두고 내리라고 하는 건데 그말이 도저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그만….”하면서 속탕을 끓였다. 택시비 2만 8700원을 한푼도 못 받은 것은 물론이요, 좁은 골목에서 차를 돌리다가 차의 옆구리까지 긁혔단다.

기사에게 하루 몇시간이나 일하느냐고 물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두었다는 그는 13시간은 일해야 생활비와 아이들 학원비를 댈 수 있다고 했다. 새벽까지 술 마실 돈은 있으면서 택시비는 떼어먹은 사람, 누군지 정말 양심없는 사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8-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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