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묵계서원/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묵계서원/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7-05-29 00:00
수정 200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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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햇살을 받으며 친구의 부친이 먼 길을 떠나던 날, 장지로 가는 길에 ‘묵계서원(默溪書院)’이라는 안내표지가 눈에 띄었다. 장례행렬이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자는 속셈으로 소나무가 늘어선 오솔길을 따라 서원을 찾아 나섰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서원의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머뭇거리다가 외따로 떨어진 정자에 올랐다.

정자 아래 35번 국도에는 쉴 새 없이 차량들이 오간다. 그럼에도 국도를 따라 끝 모를 계곡으로 뻗은 묵계천은 320년 전 이곳의 광경을 떠오르게 한다. 안동시내에서도 차량으로 한시간 거리인 만큼 당시에는 무척이나 외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끝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 외에는 깊은 침묵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으리라. 주변에 몇몇 민가라도 있었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손바닥만 한 밭뙈기도 일구어낼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문득 상상이 엉뚱한 데로 미친다. 혹시 묵계천의 묵이 먹을 뜻하는 묵(墨)이 아니었을까. 선비들이 갈고 간 먹물이 흘러 저 하천을 검게 물들이지 않았을까. 홀로 상상하곤 고개를 끄덕여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5-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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