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난달 하순 입법 예고한 국기법 시행령안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대통령령인 ‘대한민국 국기 규정’을 법률로 격상하면서 국기에 대한 맹세 조항을 삽입할지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자 법에는 넣지 않았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법률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는 데 입법부가 공감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기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월 정부가 제정·공포했다.
행자부는 논란이 있는 조항에 대해 조사나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시행령안에 담았다. 시행령이라고 해서 법률 격상 때 있었던 논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맹세는 1972년 정부가 각급 학교에서 시행하고 80년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때 병행토록 했다. 군사독재 시절 충성 서약처럼 도입한 맹세는 민주화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 국기에 대한 경의는 필요하지만 법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애국심은 자발적으로 우러날 때 가치가 있다.
일본이 1999년 국기·국가법을 제정했을 때 일본 내부는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경계를 했다.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우경화 움직임이라는 우려에서였다. 맹세가 국민의 도리라는 의견도 있지만 말 몇마디로 충성을 맹세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 맹세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국기법 시행일인 오는 7월까지 법제처의 심사 등이 남았다. 시행령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07-05-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