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강연시간이 낮 12시부터 오후 1시?’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전자정부 2.0’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은 뒤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 한국의 작은 IT기업의 CEO라고 해서 시간 배정이 이런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때마침 구글 본사에서의 미팅도 예정됐던 터라, 내게도 배우는 기회다 싶어 수락했다. 하나둘 들어서는 학생들의 손에는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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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포스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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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포스닥 대표
알고 보니 점심시간마다 특정주제에 관한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대된 것이었다. 바로 다음 주 같은 시간에 펩시콜라 사장의 강연이 열린다는 공고문이 휴게실에 붙어 있었다. 눈은 나를 향하고, 입은 샌드위치를 베어 먹으며, 다른 손으론 뭔가를 연방 적는 대학생들의 강한 눈빛은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바로 이 대학을 졸업한 두 천재가 차고에서 만들어 낸 걸작품이 구글이다. 다음날 구글 본사의 식당에서 맞닥뜨린 수많은 인종과 시각, 청각 장애인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같았다. 구글이 왜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끄는지, 거대 비즈니스 실험실에서 터득하는 생존원칙을 우리 포털들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 악해지지 말아야 한다. 수백 배는 더 성장해야 할 우리 포털이 ‘우물 안 황소개구리’로 머물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의 청와대 통치모습이 기업문화에서 일부 배어나고, 중소 제조기업을 지배하던 재벌의 모습을 닮아간다. 게다가 미디어 권력까지 완벽하게 장악했다.
야후코리아가 왜 점점 순위에서 내려앉고 있는가. 오만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실수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국내 정상에 올라선 뒤의 자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기울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선두권에 있는 포털은 자신의 영향력의 실체를 깨닫고 상대 기업을 존중하며 선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이 IT업계임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둘째, 같이 살아야 한다. 상생과 오픈(개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며, 파트너가 원하는 것까지 기꺼이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포털은 콘텐츠와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에 ‘당신들이 우리 때문에 홍보 효과를 보고 있으니 돈을 내고서 들어오라.’는 변칙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IT기술과 콘텐츠 업계를 공동묘지화하는 포털의 정책은 마치 거미가 체액만 빨고 버리는 것과 같다. 주변부 기업들은 포털이 뿌린 고엽제를 맞고서 천천히 죽어 간다. 이번 출장에서 구글과 이미지서비스 관련 계약을 협상하는데 수익 배분 얘기가 나오자 구글은 “당신들이 다 가져라.”라고 했다. 작은 비즈니스의 성과는 협력업체에 다 내주고 자기들은 본질적인 사업에서 큰 성과를 가져간다는 철학이었다.
셋째, 이제 글로벌을 향해야 한다. 기업공개·상장(IPO)이 기업 목적의 전부인 양 매진하다가 상장 후 처절하게 무너진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다. 이제 파티를 끝내고, 다시 바다 밖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포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용자들이 방패가 돼 줄 것이다.
CEO의 상상력은 조직 발전의 최대 관건이다. 지금껏 만나 본 다음의 이재웅, 네이버의 이해진 사장은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는 대표들이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서 포털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판을 해명하고 혁신해야 할 때다.
신철호 포스닥 대표
2007-04-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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