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했듯, 아이는 남자나 여자 혼자서는 절대로 못 낳는다. 따라서 부모의 ‘합작품’인 아이의 혈통은 부계와 모계가 공유하고, 혈통을 표시하는 성(姓)을 부모 모두에서 따오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성을 다 따르다 보면 대(代)가 이어질수록 성명이 길어지는 번거로움쯤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편의상 부성(父姓)이나 모성(母姓)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데, 최근 몇십년 사이에 여권신장과 함께 나라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일본은 부성을 따랐으나 1991년부터 자녀가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하되 부·모·자녀의 성을 통일하도록 했다. 미국·영국은 부성 관습이 이어지고 있으나, 부모의 합의에 의해 모성도 가능하다. 중국은 1980년부터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고 제3의 성도 취할 수 있게 했다. 스페인 문화권에서는 부모 모두의 성을 붙인다. 스웨덴에서는 출생 석달 안에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을 안 하면 모성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성의 선택은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만큼이나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시행될 민법(제781조) 개정안에서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되, 예외로 부부가 혼인신고시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부모의 성을 합친 ‘결합성’을 쓰는 데는 지금도 제약이 없으니 내년부터는 부성·모성·결합성이 모두 허용되는 셈이다. 미혼모, 이혼, 재혼, 배우자 사망, 입양 등으로 한 가정에 여러 성이 존재하는 시대여서 성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 하겠다. 그런데 법 조문의 ‘부성 원칙’이 남녀차별 조항이라며 이를 삭제하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부성 원칙’이란 큰 줄기마저 없애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혈연의식이 강하고, 행정편의상 외국처럼 개인이 아닌 가족(세대)단위로 국민을 관리하는 나라다. 형제자매와 사촌, 고종·이종사촌의 성이 뒤죽박죽되면 사회 대혼란은 물론이고, 국가적 인력관리의 비효율성은 보나마나일 것이다. 관습이 크게 불합리하거나 법이 실생활에 불편하지 않으면 굳이 남녀평등의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일본은 부성을 따랐으나 1991년부터 자녀가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하되 부·모·자녀의 성을 통일하도록 했다. 미국·영국은 부성 관습이 이어지고 있으나, 부모의 합의에 의해 모성도 가능하다. 중국은 1980년부터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고 제3의 성도 취할 수 있게 했다. 스페인 문화권에서는 부모 모두의 성을 붙인다. 스웨덴에서는 출생 석달 안에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을 안 하면 모성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성의 선택은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만큼이나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시행될 민법(제781조) 개정안에서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되, 예외로 부부가 혼인신고시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부모의 성을 합친 ‘결합성’을 쓰는 데는 지금도 제약이 없으니 내년부터는 부성·모성·결합성이 모두 허용되는 셈이다. 미혼모, 이혼, 재혼, 배우자 사망, 입양 등으로 한 가정에 여러 성이 존재하는 시대여서 성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 하겠다. 그런데 법 조문의 ‘부성 원칙’이 남녀차별 조항이라며 이를 삭제하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부성 원칙’이란 큰 줄기마저 없애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혈연의식이 강하고, 행정편의상 외국처럼 개인이 아닌 가족(세대)단위로 국민을 관리하는 나라다. 형제자매와 사촌, 고종·이종사촌의 성이 뒤죽박죽되면 사회 대혼란은 물론이고, 국가적 인력관리의 비효율성은 보나마나일 것이다. 관습이 크게 불합리하거나 법이 실생활에 불편하지 않으면 굳이 남녀평등의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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