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분가한 뒤 한동안은 명절 전날 새벽에 온 식구가 형 집에 갔다.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두 며느리를 인솔해 장보러 가시면 짐꾼 노릇 하는 것과, 형과 함께 놀며 쉬며 날밤을 치는 것이 내가 기여하는 몫이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크니까 학원이다 뭐다 해서 하루 전 출발이 어려워졌다. 대신 아내가 상에 올릴 음식 몇가지를 해서 당일 새벽 가는 걸로 업무를 분담했다.
그러다 보니 짐꾼 노릇도 날밤 치기도 손을 떠나 차례 지내면서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생각 난 것이 설거지였다. 사실 음식 장만에 고생한 형수와 아내가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께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단박에 거절하셨다.“며느리들이 있는데 아들이 부엌일 하는 꼴은 못 본다.”고 말씀하셨다. 매사에 진취적이신 어머니의 반응으로선 의외였다. 그러기를 여러해, 이제는 형수도 아내도 쉰을 넘었다. 이번 설에는 설거지를 허락하실까. 차례 지내는 동안 할 일 따로 없는 내 마음을 알아주셔야 할 텐데.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그러다 보니 짐꾼 노릇도 날밤 치기도 손을 떠나 차례 지내면서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생각 난 것이 설거지였다. 사실 음식 장만에 고생한 형수와 아내가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께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단박에 거절하셨다.“며느리들이 있는데 아들이 부엌일 하는 꼴은 못 본다.”고 말씀하셨다. 매사에 진취적이신 어머니의 반응으로선 의외였다. 그러기를 여러해, 이제는 형수도 아내도 쉰을 넘었다. 이번 설에는 설거지를 허락하실까. 차례 지내는 동안 할 일 따로 없는 내 마음을 알아주셔야 할 텐데.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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