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하얀거탑’ 고려대/임일영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하얀거탑’ 고려대/임일영 사회부 기자

입력 2007-02-05 00:00
수정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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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사라지고, 음모와 세(勢)대결만 남았다.’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이 음모론과 파워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2일 이 총장은 교수의회에 편지를 보내 “‘취임 직전 경영대 일부 교수들이 (이 총장의) 논문을 조사해 언론에 제보하겠다. 차라리 사퇴하고 병원에 입원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나 있을 법한 이전투구가 명문 사학을 자부하는 고려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종합병원 외과과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TV드라마 ‘하얀거탑’에 빗대 ‘고려대가 바로 하얀거탑’이라는 비아냥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 파문은 지난달 말 이 총장이 제자의 학위논문을 표절, 혹은 중복 게재를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고려대 교수들의 대표기관인 교수의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추가로 표절된 논문이 확인됐다.’는 등 교수의회 일부 관계자들이 언론플레이를 해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지난주 표절 논란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던 교수의회는 “이 총장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못박으려는 강경파와 무리한(?) 결론 도출에 반대하는 교수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으로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교수의회가 표절 논란에 대한 ‘자정 기능’을 발휘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린 채 재단측에 정치적 판단을 요구한 셈이다. 표절 의혹에 대한 진실은 애초부터 밝혀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총장의 철저한 자기 고백과 교수의회 차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면 이 대학의 상처가 이렇게까지 곪아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구윤리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없던 시절 이뤄진 학문적 성과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면죄부 역시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더이상 상처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식의 서투른 봉합은 병의 뿌리를 키울 뿐이다. 지금은 학내 구성원들의 치열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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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 사회부 기자argus@seoul.co.kr
2007-02-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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