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문학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그제 총회를 열어 이름에서 ‘민족’을 떼는 안건을 논의하려다 참석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건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를 들어 명칭 변경안이 명칭변경 연기안으로 상정돼 통과됐다. 지도부가 서두르다 보니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지금의 이름을 고수하자는 문학인들의 반대가 컸다. 어느 중견시인은 총회에서 “아직 민족의 깃발을 내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시인은 문학은 포기할 수 있어도 민족은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학인으로서 협량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자유실천문인협회를 모태로 한 이 문인단체는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꾸면서 민족의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문학인들이 추구할 것은 민족문제 말고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명칭 때문에 젊은 문인을 포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이 단체 정희성 이사장의 현실인식이 정확하다고 본다.‘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외국에서는 극우단체로, 국내에서는 좌파단체로 인식되므로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문학인에게는 세계화나 변질된 민주화, 민족통일 같은 거대담론 말고도 사회의 다양화에 따라 짚어내고 아울러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민족’의 울타리에 가두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좇을 수 없다. 불발에 그쳤지만 ‘작가회의’등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민족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문학의 텃밭을 더욱 확장하는 길일 것이다.
2007-0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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