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나도 돈을 쓰고 싶다/전경하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나도 돈을 쓰고 싶다/전경하 경제부 기자

입력 2006-12-09 00:00
수정 2006-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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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배기 쌍둥이 아들이 지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애들이 지방 중소도시에 있어 어린이집 비용이 싼 편이지만 50만원이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해오라는 이런저런 준비물과 야외활동 참가비 등까지 감안하면 두 아이에게 60만원은 드는 것 같다.

선배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이 비용은 앞으로 두배 아니, 세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내 소득은 두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퇴직 이후를 생각하면… 지갑을 닫는 수밖에.

경제학을 연구하는 지인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가끔 택시도 타고 소주도 한 잔 해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그런데 그 소비는 내가 아닌 사교육 종사자들 몫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부 발표를 보면 소비가 크게 느는 것 같지 않다.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학부모들이 쓰는 돈은 엄청 늘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해외로 나가는 돈도 많겠지만 국내에서 쓰이는 돈도 많다.

사교육 종사자도 사교육 시키느라 그 돈이 그 안에서만 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교육 종사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서 그들의 소비가 전체 소비에 크게 기여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들의 저축액만 느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전체 소비가 지금보다 늘어야 경제가 나아진다는 것은 안다. 그럼 소비가 부진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교육열이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100%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남들 자식이 하면 내 자식도 해야 한다.”는 욕심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아이가 뒤처진다.”는 오지랖 넓은 간섭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사교육비를 끊임없이 올린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교육시스템, 나아가 정부인 것 같다. 분명 학교가 있는데, 왜 따로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돈을 쓰고 싶다. 하지만 교육비를 생각하면서 현재보다 소비를 늘릴, 간 큰 부모는 못된다. 남들도 그럴 거다. 교육체계를 바꾸든지 남들 하면 안할 수 없게 만드는 집단문화를 고쳐라. 그게 세금 받는 정부의 몫이 아닌가 싶다.

전경하 경제부 기자 lark3@seoul.co.kr
2006-1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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