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생태주의로 본 ‘지방 문제’/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녹색공간] 생태주의로 본 ‘지방 문제’/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입력 2006-11-27 00:00
수정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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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참여정부 들어오기 이전까지 지방 문제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현대에서 일하던 시절 나에게 월급을 주던 공장들이 소재해있던 울산과 서산의 생태적 발전에 관한 고민을 약간 했었고, 정부에서 월급 받던 시절에 제주도와 강원도의 풍력발전을 지지했다. 그러나 진지하게 지방의 발전과 생존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참여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도 한꺼번에 많은 국책사업을 경기부양책으로 쏟아냈던 정부이고, 이 와중에서 환경단체는 지방발전의 적이라는 정식이 은연중에 성립된 것 같다. 한 가지 내가 동의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먹고사는 1차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지역민들에게 1급 생태보존지역을 보존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어느 수준의 타협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결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충분히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생태주의자들은 지방의 자립과 독자적인 경제권 형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문화권 형성에 대해서 생각보다 고민을 많이 한다.“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에도 동의한다. 몇 년 동안 환경운동의 현장에서 머물면서 느끼게 된 것이 하나가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지방의 붕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뭐라고 말을 하든, 사람들은 빠르게 농촌지역에서 소도시로 이동하는 중이고, 이 사람들은 주로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으로 이사가는 중이다. 지역의 특성화나 특정산업 육성 등 아마 책상 위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은 다 동원된 듯한 3년간을 보냈지만, 지방의 몰락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흐름처럼 강력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공급정책으로 급선회해서 할 수 있는 한 많이, 그리고 빨리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한 셈이지만, 이 과정에서 지방의 몰락은 이제 비가역적인 한계점을 지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데, 이 흐름대로라면 현재 결정된 주택공급이 추세대로 진행된 4~5년 후라면 인구의 4분의3이 수도권에 사는 아주 희한한 공화국이 되어버릴 것 같다. 그리고 지방에는 노인들만이 남아 황폐해버린 토지를 지키고 있는 어이없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구호로 진행된 각종 국책사업이 한편으로는 지방에 사업비를 내려 보낸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고속철과 격자형 도로로 서울과 가까워진 지방에 남아있을 사람이 없어져버린 것이 현실이다.

1차적으로는 지방의 사업가와 공무원들이 지방의 집을 전세로 바꾸고, 서울에 집을 사는 일이 진행되는 중이고,2차적으로는 어떻게든 개발사업을 끌어들여 농지와 토지를 처분한 사람들이 보상비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일이 한참 진행 중이다.

자신의 독자적 권역을 가지고 있었던 부산과 대구와 같은 곳도 지금 스스로의 힘으로 버거워하는 것 같다. 서울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질수록 큰 곳이 작은 곳을 흡수하는 간단한 원리가 작용하지만, 규모가 전국적이다 보니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미 놓은 철도와 도로를 없앨 수도 없다.

자, 어쩌면 좋을까? 과밀화된 수도권과 황폐해진 지방이 모두 생태적 재앙을 맞을 것인데, 이 힘을 정지시킨다는 것은 보통의 지혜로 될 일은 아니다. 이게 요즘 생태주의자들의 고민이다. 지금 국가적 논의를 한다면 인위적 정계개편이 아니라 이 ‘서울화’ 흐름을 어떻게 반전시킬지에 대해서 시급히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방안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이런 종류의 일이야말로 국민적 합의가 핵심이다. 더 늦기 전에 국민적 논의 테이블이 열렸으면 한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2006-11-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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