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남녀의 ‘묻지마 결혼’ 중개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처녀에게 1대1 맞선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의 국적조차 알려주지 않고 5일만에 합방시키는 사례도 확인됐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짝짓기다. 중개업자의 잇속 챙기기에 밀려 결혼 당사자의 인격과 인권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어제 공개된 대통령자문빈부격차차별시정위의 보고서는 다수의 국민이 공범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중개업자의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는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국제결혼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동남아 출신 처녀를 신부로 맞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명절때가 되면 동남아 출신 신부를 둔 화목한 가정이 단골 메뉴로 언론에 소개되고, 너나없이 흐뭇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도 결혼중개업자의 동남아 처녀에 대한 인권 침해는 도를 더해 간다니, 이런 반문명이 없다.
‘묻지마 짝짓기’는 약자에게 강요되는 비열한 인권침해다. 베트남 등 현지에서도 여러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동남아출신 신부를 맞는 우리의 농어촌 총각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나 공적기관에서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 놓은 적이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과 합동으로 악덕 중개업자를 단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제형편이 조금 낫다고 동남아 처녀를 함부로 수입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더 이상 심어 줘선 안 될 것이다.
2006-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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