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우리 경제가 외풍을 견딜 만큼 탄탄하고, 그동안 지속된 북핵 위험을 무리없이 소화해낸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북핵은 언제라도 가공할 충격을 줄 수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은 북핵이 한국 경제에 변수(變數)지만 어느 순간 상수(常數)로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대책이나 전망에는 여러 돌발상황이 치밀하게 고려·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북한의 핵실험 후 일주일만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그런 점에서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이라면 발표 일정을 다소 늦추더라도 이런 상황이 당연히 반영됐어야 했다. 경상수지가 10년만에 14억달러 적자로 돌아서고, 성장률이 4.3%로 둔화된다는 예상은 경제주체들에게 주요 관심사다. 이런 사안을 발표하면서 북핵 영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니 알맹이 빠진 전망치에 무슨 가치와 신뢰를 갖겠는가. 내년 경제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에 따른 대북제재 수위 변화, 남북 및 북·미 관계, 군사적 충돌 현실화 등 시나리오별 전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구태의연한 보고서를 내놓으면 어쩌라는 것인가.
우리 경제는 북핵 말고도 경기둔화, 환율, 고유가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믿음이 안 간다.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건지, 외자·투자·소비촉진책은 있는 건지, 수출대책은 세운 건지, 한마디로 허둥지둥으로 비친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북핵 억지력 확보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가 벌써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무지 위기의식이 없다.
2006-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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