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한가위/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한가위/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6-10-04 00:00
수정 2006-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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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속으로 삼키기만 했던 어머니가 칠순을 넘기면서 한두마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추석을 나려면 1주일 전부터 장을 보고 준비해야 하는데도 누구 하나 고통을 몰라주더라는 것이었다. 막내 숙모는 하루 전날 찾아와 전 부치는 일 도와주고는 사지가 쑤신다고 엄살 피우고, 객지에 사는 숙모는 몇년에 한번 추석 당일 찾아와 봉투 하나 휙 던져주고는 내 일 다했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러면서 당신의 고단함을 외면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더 많았다. 그토록 오랜 세월 홀로 고생하는 것을 봤으면 집안 맏이로서 고통을 분담토록 일갈할 만도 하건만 ‘지금에 와서야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있느냐.’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면 어머니가 자리에 앓아 눕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졌다. 남 몰래 삭여온 고통이 어느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중병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두번째 맞는 추석. 지금도 좁다란 거실에 앉아 차례 음식 준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럴 때 다리 한번, 허리 한번 주물러 드리지 못한 게 못내 한스럽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10-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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