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한나라당이 지난해 4·4분기 정부 예산 낭비 사례들을 뽑아 엊그제 발표했다. 국민 세금을 마치 주머닛돈처럼 펑펑 쓴 사례를 보면서, 야당의 발표이니 과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나라당 발표를 보면 예산 집행을 엄정하게 감독해야 할 장관과 고위공무원들이 오히려 예산 낭비에 앞장선 인상을 준다. 통일부 장관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자신 명의의 적십자회비 10만원씩을 예산으로 납부했다. 또 회의 녹음용이라면서 MP3를 구입했으나 한나라당은 장관 개인용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한다. 통일부는 예산으로 구입한 그 MP3의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중앙인사위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국고로 지출했는가 하면 국무총리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특정업무경비로 직원들 추석선물을 구입했다. 장·차관들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데도 개인 친분에 따라 국고로 경조사비를 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부처에서, 다양한 명목으로 예산을 사사롭게 빼먹은 것이다.
국가 예산의 집행은 엄정해야 하며 이를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권능이자 의무이다. 마침 임시국회가 열렸고 정기국회도 곧 열리게 된다. 야당의 발표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여야가 함께 예산 낭비 사례를 낱낱이 밝혀내 책임을 묻고 낭비된 예산을 반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장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국민세금을 함부로 쓰는 시대는 확실하게 지나갔음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2006-08-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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