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다투던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에 패한 아테네에 ‘30인 참주’가 다스리는 친 스파르타 정권이 집권한다. 그러나 폭정이 도를 넘으면서 몇 년 만에 아테네엔 새로운 민주적 형태의 정부가 들어선다. 폭정을 일삼은 이들 서른 명의 참주를 처형하라는 민중의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이들의 목숨은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새 정부는 뜻밖의 조치를 내린다. 처벌은 물론 재판조차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인류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사면(赦免)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다.
100여년이 흐른 기원전 250년 중국에서도 최초의 사면이 이뤄진다. 진(秦)나라 효문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에 앞서 정적들의 죄를 사하고 벼슬을 내려준 것이다. 아테네의 경우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을 우려했다면, 진나라는 취약한 아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면이 쓰였다. 왕권과 사면은 이렇게 수천년을 함께 해왔다. 법치국가가 들어선 지금도 사면은 핵심적인 국가통치수단이다.“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져야 한다.”며 사면을 법치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 칸트와 벤담 등 법철학자의 저항이 거셌지만 지금껏 대통령이나 총리의 사면권을 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1948년 8월30일 제정한 법률 제2호 사면법을 강산이 여섯번 변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 개정 없이 지켜오고 있다. 언도(선고), 형무소(교도소) 등 법안의 용어가 고색창연하지만 그 효력은 맹위를 떨친다.3·1절과 8·15광복절 등 주요 경축일엔 어김없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끊이질 않는다. 대사면 이듬해엔 교통사고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는 걸 보면 사면은 화해보다 박탈감, 거부감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상황이다. 비리권력자 봐주기로 남용되면서 국민통합 대신 권력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8·15대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정부 수립후 90번째 사면이다. 재작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사면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으나 사면의 그 강렬한 유혹을 뿌리칠 권력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100여년이 흐른 기원전 250년 중국에서도 최초의 사면이 이뤄진다. 진(秦)나라 효문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에 앞서 정적들의 죄를 사하고 벼슬을 내려준 것이다. 아테네의 경우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을 우려했다면, 진나라는 취약한 아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면이 쓰였다. 왕권과 사면은 이렇게 수천년을 함께 해왔다. 법치국가가 들어선 지금도 사면은 핵심적인 국가통치수단이다.“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져야 한다.”며 사면을 법치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 칸트와 벤담 등 법철학자의 저항이 거셌지만 지금껏 대통령이나 총리의 사면권을 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1948년 8월30일 제정한 법률 제2호 사면법을 강산이 여섯번 변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 개정 없이 지켜오고 있다. 언도(선고), 형무소(교도소) 등 법안의 용어가 고색창연하지만 그 효력은 맹위를 떨친다.3·1절과 8·15광복절 등 주요 경축일엔 어김없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끊이질 않는다. 대사면 이듬해엔 교통사고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는 걸 보면 사면은 화해보다 박탈감, 거부감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상황이다. 비리권력자 봐주기로 남용되면서 국민통합 대신 권력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8·15대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정부 수립후 90번째 사면이다. 재작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사면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으나 사면의 그 강렬한 유혹을 뿌리칠 권력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6-07-27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