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책임지는 관료,차분한 국민/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책임지는 관료,차분한 국민/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입력 2006-07-21 00:00
수정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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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역시 월드컵밖에 없는 것 같다. 이념으로, 지역으로 그리고 소득계층으로 갈라졌던 국론도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대∼한민국’ 함성에 사라질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월드컵이 너무 빨리 끝나버렸는지, 북한이 쏘아 올린 미사일과 한·미 FTA 협상으로 다시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친북·반북에 친미·반미로까지 국론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나라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오랜 침체로부터 살아날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설상가상으로 요사이 국제유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나라 살림은 날로 어려워지고 나라 빚은 쌓여만 가는데도 좀처럼 씀씀이를 줄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저출산 국가로, 제일 빨리 늙어가는 국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밀려오는 위기의 조짐 앞에도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아직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았지만 최악의 지지도와 레임덕으로 우리 대통령에게 문제해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다음 대통령 그리고 다음 정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늑장 대처를 하면 그동안 지탱해온 한국경제라는 댐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관료, 정치인, 학자, 언론, 시민단체 등 주도세력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이다.

우선 관료들의 반성문부터 받아 보자. 과거 우리 국민들이 관료에 대해 갖고 있던 권위 혹은 부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제 거의 없어졌다. 대신 지금의 관료에게는 무책임 혹은 무사안일이라는 더 나쁜 이미지가 생겼다. 대부분 정책은 관료의 머리에서 시작되어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관료는 늘 애국심으로 무장되어 있는 것 같지만 상황논리와 정치논리 앞에 너무나 취약하다. 인기영합의 선봉에 서 있는 느낌마저 준다.

예를 들면 부동산 대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가 어느 순간 부동산만큼은 시장에 맡겨 둘 수 없다고 전혀 반대의 논리를 펼 수 있는 그들이다. 또 국민연금문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늘 괜찮다는 논리만 개발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왜 관료의 이런 무책임성을 막지 못하고 책임소재를 따지지도 못하였나? 관료나 정치인의 책임은 선거를 통해 물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언론이다. 관료의 정책실패에 대한 심판은 법이 아닌 여론을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문은 부수에, 방송은 시청률에 집착하였기에 전문성을 무기로 정부정책을 제대로 진단할 능력도, 여유도 없었다. 전문성보다는 늘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여론조사를 들이대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을 없애는 게 어떤가를 묻는 식의 여론조사를 할 정도이겠는가? 또 외환위기가 나자마자 금융소득 종합과세 때문이라는 여론조사를 주도하여 결국에는 유보시키는 데 기여하기까지 했다.

필자를 포함한 학자들 또한 책임이 무겁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과 여유가 없기는 언론 못지않다. 전문성 없이 무책임하게 나서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의 가벼움도 국민들의 판단을 흐려놓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이젠 수습해야 한다.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든 모아야 한다. 국민들을 한데 모으는 데는 책임있는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그게 관료건, 학자건, 그리고 언론이건 이념이 아닌 과학으로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조금만 더 차분해져서 누가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추고 있는가를 지켜보고 판정해야 한다. 우선은 그 정책을 누가 만들고 고쳤는지 정책에 꼬리를 다는 ‘정책실명제’를 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2006-07-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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