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그럴 사람이 아니다?/이창구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그럴 사람이 아니다?/이창구 경제부 기자

입력 2006-06-16 00:00
수정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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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현대차 계열사 부채탕감을 도와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자 그와 함께 일했던 재경부 공무원들의 반응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였다. 유난히 자존심과 사명감이 강했고,‘미래의 재경부 장관’으로 촉망받던 터여서 1억∼2억원의 뇌물에 넘어갈 사람이 결코 아니다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영장에서 드러난 변씨의 혐의는 현대차의 로비스트였던 김동훈씨로부터 2억원을 받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에 부채탕감에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4월 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낸 박상배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첫번째 영장을 청구했을 때에도 산업은행 직원들은 “검찰이 사람을 잘못 봤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사리사욕을 챙길 분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영장이 기각되자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달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됐다.

이들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와 산은의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식의 두둔하는 태도는 문제다. 관치금융 시대가 끝났다고는 하나 재경부는 여전히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상전’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해 왔던 산업은행도 ‘갑’의 위치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은행,LG카드, 대우건설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수·합병(M&A)에서 인수 후보자들이 가격만큼이나 정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만 봐도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우리 편이 돼 줄 수 있는 관료가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위안도 없다.”면서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는 관료의 전화가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존경하던 상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한과 권력을 쥔 사람에게는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두둔하기 전에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대접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ndow2@seoul.co.kr
2006-06-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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