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닷새만에 바꿀 골프금지 왜 했나

[사설] 닷새만에 바꿀 골프금지 왜 했나

입력 2006-03-29 00:00
수정 200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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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청렴위원회가 공직자에게 내린 사실상의 ‘골프 금지령’이 닷새 만에 한바탕 코미디로 끝날 모양이다. 금지령이 내린 사흘 뒤 김모 청와대 비서관이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졌는데, 함께 라운딩한 동반자 중에는 같은 날 압수수색을 당한 현대자동차 계열의 현대모비스 임원이 있었다. 김 비서관은 그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아는지 질문까지 했는데도 청와대는 어제 그 골프 회동이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청렴위 권고가 적용되기 전 단계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청렴위는 당초 골프금지 대상을 ‘이해관계가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람으로 폭넓게 규정했다. 게다가 김 비서관은 현대자동차 압수수색을 미리 알았다. 그래서 그 임원에게 그 사실을 말했는데, 청와대가 직무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공식 해명을 한 지 4시간 만에 해당 비서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다시 밝혔으니 이 무슨 꼴인가. 이래서야 청와대가 제 식구를 감싸고 돌려다 여론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 우스운 꼴은 청렴위가 보였다. 청와대의 공식 해명 직후 그 해명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골프 금지 범위를 대폭 완화하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 청와대건 청렴위건 참으로 꼴불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골퍼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각광받는 마당에 그들이 하는 스포츠를 공무원에게만 금지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그런 뒤 대통령 비서관이 보란 듯이 어기자 청렴위는 서둘러 기준 완화로 박자를 맞추었다. 국가기관이 이처럼 무리한 정책, 편의에 따른 말바꾸기를 쉽게 하니 이같은 코미디에 국민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2006-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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