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비자금으로 기업 불렸나

[사설] 현대차 비자금으로 기업 불렸나

입력 2006-03-28 00:00
수정 200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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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와 일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으며, 계열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을 체포했다. 또 그룹 자금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비자금 가운데 수십억원을 거물 금융브로커인 김재록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격이 금융비리 사건에서 국내 2위 그룹의 비자금 사건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때만 해도 8개의 계열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품관련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거나 설립하면서 6년만에 4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무관한 광고·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등 문어발 확장의 행태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대기업이 외형을 키우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것이 법을 지키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검은 돈으로 특혜를 사는 방식은 이제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막대한 금력을 무기 삼아 정치권과 관계에 로비를 벌이고 그 대가를 취하는 것은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악습이다. 현대기아차가 비자금에 의존하는 경영을 계속한다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또한 정경유착의 고리로 남아 우리의 정치와 관료사회를 부패시키는 등 국가적으로도 큰 해악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위법 사실을 밝혀 엄벌함으로써 검은 돈에 의존하는 경영을 퇴출시키고 투명경영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조성 경위, 그리고 그 돈이 누구에게로 흘러갔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 그룹총수 일가가 관련이 있다면 소환해서 조사해야 한다. 김재록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뒤를 봐준 전·현직 유력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2006-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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