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모자람’ 증명 요구하는 학교/김기용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모자람’ 증명 요구하는 학교/김기용 사회부 기자

입력 2006-02-09 00:00
수정 200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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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올해 아이의 취학통지서를 받고 한번쯤은 취학을 미룰지 말지 고민해 봤을 것이다. 한 아버지는 “아이를 올해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은 했지만 1999년생 아이들보다 어리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올해에는 ‘밀레니엄 차이’가 나는 2000년생과 99년생이 함께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따돌림 등에 대한 걱정이 더 심하다고 했다.

그러나 취학을 미루는 일이 쉽지 않아 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학교에서 아이에게 무슨 이상이 있다는 진단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서울신문 2월8일자 1면 보도)

생일 몇달 늦을 뿐이지 이상이 있을 리 없다. 물론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걱정은 기우라고 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와 ‘과잉보호’ 심리를 탓한다.

하지만 ‘과잉보호’이든 ‘기우’이든 자녀를 위한 결정은 부모의 몫이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내린 최상의 결정이 취학유예라면 그 자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정부나 교육당국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취학을 1년 미루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아직까지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취학유예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발육부진’‘집중력 장애’ 등 소견이 적힌 의사의 진단서를 요구하는 규정을 없앴다고 한다. 하지만 일선 학교의 실정은 달랐다. 한마디로 손발이 안맞고 행정 따로 현장 따로 였다.

단지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취학을 미루려는 부모들에게 ‘내 아이가 모자라다.’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고쳐야 한다. 더불어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만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한 규정이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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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사회부 기자 kiyong@seoul.co.kr
2006-02-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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