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 길을 연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둘러싸고 ‘졸속’‘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배 여부와 국회 비준 필요성, 그리고 외교당국의 비공개 협의과정 등이 쟁점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에서 당시 NSC사무차장이던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가 “주한미군의 이동은 한·미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한 발언을 공개했다. 또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폭 지지하는 내용의 외교각서를 2003년 10월 미국과 교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략적 유연성은 방위조약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공동성명은 정치적 문건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우리는 우선 한·미 방위조약 위배 여부는 물론 외교당국자가 말한 ‘정치적 문건’이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한·미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고, 따라서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인지 답해야 한다. 또한 그런 논리라면 공동성명에 담긴 ‘(주한미군의 분쟁 개입시)한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내용 역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 아닌지 명확히 해야 한다. 외교당국자들은 공동성명 발표 당시 “우리 뜻이 최대한 관철됐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국이 반대하면 주한미군을 분쟁지역으로 빼갈 수 없다고 구속력 있는 조항처럼 주장하다 방위조약 논란이 일자 ‘정치적 문건’이라며 발을 빼는 자기 모순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외교당국의 비밀주의적 행태도 비판받을 만하다. 실익 극대화에 써야 할 ‘조용한 외교’를 비판여론 비켜가기용으로 남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만 해도 최 의원이 공개하기 전까지 숨겨왔다.PSI참여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안보, 한·미 동맹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들이다.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외교당국의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
2006-02-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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