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집에는 제사가 많았다. 선친이 장손이어서 설·추석말고도 기제사가 1년에 12번 있었다. 따라서 일년 열두달 제사가 이어졌고 어느 달에는 사흘거리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 덕에 술의 맛을 일찌감치 눈치챈 듯하다. 공식적으로 술잔을 처음 입에 댄 때가 열살 무렵이었다. 유유히 제삿술을 드시는 아버지를 힐끔거리다가 불쑥 말했다.“조상님이 복을 내리신 거라면 저도 한잔….”
어머니는 질겁을 하셨지만 아버지는 껄껄 웃으셨다. 그리고는 “음복인데 뭘”하면서 술을 따라주셨다. 그때 아버지의 눈빛에는 흐뭇해 하는 뭔가가 언뜻 보였다. 그뒤로 제사가 끝나면 우리 형제에게 음복 한잔을 할 권리가 주어졌다.
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설에도 차례를 지내고 나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척들이 음복을 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올 한해 잘 지내라고 덕담을 나눌 것이다. 그렇지만 음복(飮福)은 글자 그대로 조상이 내린 복을 ‘마시는’ 행위이다. 자칫 지나쳐 가족간 다툼이 생기고 귀갓길 교통사고라도 일으킨다면 그것은 복을 주시려는 조상을 욕보이는 짓에 불과하다.
자, 이번 설에는 술 조금씩 합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어머니는 질겁을 하셨지만 아버지는 껄껄 웃으셨다. 그리고는 “음복인데 뭘”하면서 술을 따라주셨다. 그때 아버지의 눈빛에는 흐뭇해 하는 뭔가가 언뜻 보였다. 그뒤로 제사가 끝나면 우리 형제에게 음복 한잔을 할 권리가 주어졌다.
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설에도 차례를 지내고 나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척들이 음복을 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올 한해 잘 지내라고 덕담을 나눌 것이다. 그렇지만 음복(飮福)은 글자 그대로 조상이 내린 복을 ‘마시는’ 행위이다. 자칫 지나쳐 가족간 다툼이 생기고 귀갓길 교통사고라도 일으킨다면 그것은 복을 주시려는 조상을 욕보이는 짓에 불과하다.
자, 이번 설에는 술 조금씩 합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01-2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