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지율스님/오풍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율스님/오풍연 논설위원

입력 2006-01-23 00:00
수정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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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저와 함께 천성을 어둠 속에 묻는다면 그때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합법적인 위헌과 위법으로 어우러진 이 세상에서 법을 알고 법을 바로 세워야 할 분이 당신이기 때문이며, 수많은 생명을 묻은 뒤 찾아오는 이 땅의 피비린내를 역사에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성의 아픔을 기억해 주세요. 지난날 당신이 ‘공약’했던 원칙과 약속의 이름으로….”(내 생애 하루가 남아 있다면 1-노무현 대통령께,‘초록의 공명’ 41쪽)

‘천성산 지킴이’‘도롱뇽 엄마’로 불리는 지율스님. 그가 던지는 화두가 바로 ‘초록의 공명’이다. 지난해 11월 같은 이름의 책을 펴낸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는 지난 2003년부터 38일,45일,58일,100일 등 모두 241일에 걸친 단식 일지가 담겨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천성산 자락에 서 있는 자신의 심경도 담담히 적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긴 단식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은 채 단식을 다시 시작한 이유는 뭘까.

“내가 죽어야 천성산이 산다.”“이미 마음을 비웠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지율스님은 평소 지인들에게 유언(遺言)처럼 말해왔다는 귀띔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눈 앞에 다가온 느낌이 든다. 이달 초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조치된 뒤 보름가량 치료를 거부하던 그가 지난 20일 의식을 잃어 응급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는 혼수상태(coma)의 전단계쯤 된다는 설명이다. 체중도 27㎏에 불과하단다. 또 스님 스스로가 영양분을 섭취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더욱 더 안타깝다.

이제 스님을 살리는 데 모두가 나서야 한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스님이 던진 ‘도롱뇽’이나 ‘초록의 공명’은 그동안 중생에게 모두 스며들었다. 사랑·평화·생명이 그것이다. 스님의 묵언이 지니는 의미는 심심상인, 염화미소다. 이심전심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숨을 담보로 한 소영웅주의의 발로’로까지 폄하하고 있다. 그를 잃게 된다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개발과 환경 논쟁의 악순환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생명의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6-01-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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