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냉전이 해소된 뒤 국제무기시장은 치열한 경쟁체제에 들어섰다. 싸고 좋은 조건에 성능이 우수한 무기를 사려는 구매자의 논리가 우선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정은 달랐다. 여전히 미국이라는 공급자가 주도권을 갖는 모양새가 이어져 왔다. 국방부가 한국형헬기사업(KHP)의 국외업체로 유로콥터를 선정한 것은 무기구매 다변화라는 의미를 넘어 국방 및 기술분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한국군 무기체계와 주한미군 존재를 감안할 때 프랑스·독일 합작사인 유로콥터의 기술을 이전받은 헬기가 우리 무기·연합전술 체계에 얼마나 부합할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보협력이 무기체계 차이로 흔들렸다는 지적은 없다. 자주국방이 궁극 목표라면 미국무기 의존도를 일정 부분 줄이는 게 옳은 방향이다. 일각에서 이번 일로 미국이 섭섭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미국에 잘 설명해야 한다.
유로콥터 선택은 특히 산업·기술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유로콥터는 대폭적 기술이전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통한 공동수출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경쟁사인 미국의 벨은 자신들이 개발을 주도하는 면허생산방식을 고수해 제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중조기경보기(E-X) 등 다른 대형무기사업에서도 실리추구와 한·미 안보동맹이 조화를 이루도록 협상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2005-1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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