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역 1조달러’ 블루오션과 브릭스/ 조환익 산업자원부 제1차관

[특별기고] ‘무역 1조달러’ 블루오션과 브릭스/ 조환익 산업자원부 제1차관

입력 2005-12-02 00:00
수정 2005-12-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조환익 산업자원부 제1차관
조환익 산업자원부 제1차관
‘무역에 의해 쇠락한 국가는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무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제 우리는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로 가는 새로운 항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리 앞에는 많은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반도체 업계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견제와 아세안(ASEAN) 등 후발 개도국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기존 시장에 안주해서는 다음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미 선진국 시장은 낮은 성장률과 과도한 경쟁으로 레드오션(red ocean)이 됐으며, 후진국 시장도 급변하는 정치·경제적 환경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블루오션(blue ocean)과 같은 새로운 시장, 미개척지를 찾아야 ‘무역 1조달러’로의 순항이 가능하다.

2년전 골드만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하고 영문 이니셜을 딴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세계 인구의 43%, 면적의 29%를 차지하는 BRICs는 연평균 4∼9%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세계를 먹여살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 BRICs 시장개척의 성공사례는 우리 산업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차체가 높게 설계된 아토스 자동차가 터번을 쓰고 운전해야 하는 인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경차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에어컨, 휴대전화 등이 ‘국민 브랜드’로 선정되는 등 고급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대(對) BRICs 수출 비중도 2001년 14.7%에서 2004년 22.7%로 급증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중국을 제외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에서의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만 BRICs 시장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각축장이 된 BRICs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방향과 속도 면에서 치밀한 항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남과 다른 장기적 안목에서 BRICs 시장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일방적인 진출 확대가 아니라 상호 호혜적인 ‘윈-윈 전략’이 필요한 때다.

먼저 남미 경제통합의 중심국인 브라질과는 자원·에너지와 기술 분야의 경제협력을 넓혀가면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상호 국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부국 러시아와는 자원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되, 과학기술 협력과 교역 증대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11억 인구를 기반으로 차기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에서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무역구조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중국은 수출, 투자, 자원협력 전 분야에서 우리의 성장 파트너인 만큼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화상대회를 통해 만들어진 화상네트워크와 전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민족 네트워크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물론 BRICs 시장에 ‘푸른 빛 바다’의 기회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급변하는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른 리스크(위험) 증가와 투명성 부족 등 위협 요인도 산재해 있다. 이는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암초들이다. 그동안 우리기업과 정부는 앞으로 ‘무엇을(what)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첨단산업 육성에 주목해 왔다. 이제는 ‘어디서(where)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현 시점에서 BRICs는 이같은 고민의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조환익 산업자원부 제1차관
2005-12-0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