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56만명의 수험생들이 한날한시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한 게임에 들어간다. 기회도 1년에 단 한차례뿐이다. 수능성적은 대학에서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전형요소이다. 수능성적이 없으면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대학의 의존도가 높다. 그다지 큰 고민없이 점수로만 한 줄을 세워 재단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탓이다. 고교 3년의 족적인 내신성적도 수능성적 앞에서는 치일 수밖에 없다. 내신의 평균 실질반영률은 5∼10%에 불과해 지원의 용도로만 쓰이는 셈이다. 봉사 등 비교과 영역의 처지는 더 초라하다. 그렇기에 수험생들은 수능의 1점에 목을 맨다. 고교 교육이 대입에 종속됐다는 말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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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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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도쿄 특파원
그나마 2008학년도 대입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질 듯싶다. 대학에 제공되는 수능성적은 전체 및 영역별 9등급뿐이다. 영역별 점수는커녕 백분위 점수도 없다. 대학 측에서 보면 당혹스럽다. 고교 등급제도 안 되고, 본고사 형태의 대학별 고사도 금지된 상황에서 수능 등급만으로 선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1등급이 전체 수험생의 4%,2만 2000여명이니 말이다.
대학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이다. 수험생의 거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벅차더라도 고교의 교육 정상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 봄직하다. 내신성적의 다양한 반영 방식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고교에서도 상대평가를 통해 내신 ‘뻥튀기’,’부풀리기’라는 폐단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실질 반영률을 세부화하고 20∼40% 정도로 확대하면 어떤가. 고교에서 ‘선행학습’의 부작용도 나타나겠지만 학교의 신뢰와 무게는 커지게 된다. 또 고교의 학력 차이가 걸림돌로 작용하겠지만 대학 스스로 재학생들의 학력 성취도를 측정, 고려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비교과 반영률의 비중을 높여 경쟁 속에서도 인성교육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교육 풍토는 다르지만 미국 하버드대의 입학 전형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올해 3월 입학허가를 받은 2074명은 2만 2796명의 지원자를 제친 학생들이다. 지원자 중에는 SATⅠ(1600점 만점)에서 1400점 이상이 56%나 되는 데다 고교 수석도 무려 3200명이나 포함됐다. 객관적인 수치로는 허가 기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버드대 측은 학생의 특이성, 차별성에 초점을 맞춰 대학학점을 미리 따는 AP성적, 에세이, 추천서, 인터뷰, 비교과 활동 등을 입학허가의 ‘핵심 요소들’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들은 현행 3년 예고제의 틀에서 벗어나 인재선발 및 양성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다. 따라서 대학은 고교와 정기적으로 만나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껏 등한시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양자 사이의 중재를 맡는 한편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로드맵을 짜야 한다. 특히 사교육을 부추기는 논술시험 대신 일정기간 에세이로 대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거짓 내용이나 대필에 대해서는 검증을 통해 불합격시키면 된다.
나아가 대학은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입학=졸업’이라는 등식도 깨야 한다. 학생들이 버거워할 만큼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수준에 이르지 못한 대학생들의 과감한 탈락제도 필요하다. 대학 스스로 질과 수준을 키우기 위해서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이 외면할 수도 없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