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선생님/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선생님/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05-10-29 00:00
수정 2005-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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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의 주부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전학시킨 뒤 담임교사에게 인사를 할 겸 학교를 찾았다.

-주부, 정중하게 “안녕하세요.‘아무개’ 엄마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선생님,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며,“네, 안녕하세요. 이 쪽 지역은 처음이시라 낯설겠네요.”그리고 다시 앉으며 의자를 권한다.

-주부,“아, 네”.

-선생님, 진지하게 “애가 몸집이 큰 걸 봐서 장난이 심하겠어요. 선생님을 힘들게 하겠네요.”

-주부,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 “아, 네, 몸은 커도 애인 걸요. 차분한 편이에요.”라고 엉겁결에 대꾸한 뒤 “그런…”까지 말하다 멈춘다.

주부는 그 후에 오간 말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단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을 힘들게 하겠네요.’라는 말을 되뇌이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나름대로 잡히는 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친구들은 “인사치레 제대로 하라는 얘기 아니고 뭐겠어. 정말 못 말리는 교사들 때문에 좋은 교사들까지도 욕을 먹는다니까.”라며 도리어 흥분한다. 주부는 교사 앞에서 “그런 말씀은 애를 내보내시고 조용히 건네셔도 알아들을 텐데.”라고 말하고 싶었단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05-10-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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