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0대 중반의 K씨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유학을 왔다가 정착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단다. 이 부부의 첫 인상은 편안함과 함께 “참 닮았구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두 분, 참 좋아보이시네요.”라고 하자 K씨는 “허허” 웃으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사과나 배를 한 궤짝 사오면 아내는 가장 예쁘고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것부터 먹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매일 제일 좋은 것, 새 것을 먹게 되지요.” K씨는 반대로 썩은 것부터 손을 댄다. 제일 못생긴 것부터 먹어야 늘 내일 더 좋은 것을 먹는다는 희망 속에서 산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반도 못 먹고 아껴두던 과일들을 썩혀서 버리면서도. 또 국을 먹을 때 아내는 건더기에 먼저 수저를 대지만 K씨는 철저한 국물파이기에 건더기를 밀어놓으며 국물을 뜬다는 것이다.
그러던 K씨는 언제부턴지 아내처럼 국 건더기가 좋아지고 탐스러운 사과에 손이 가게 되었단다. 그럴 때 아내는 시든 사과 한쪽을 맛있게 먹고 있더란다.
“부부는 오래 살수록 생김새도 비슷해지고 습관도 같아진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아.”라던 K씨 부부의 오누이같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사과나 배를 한 궤짝 사오면 아내는 가장 예쁘고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것부터 먹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매일 제일 좋은 것, 새 것을 먹게 되지요.” K씨는 반대로 썩은 것부터 손을 댄다. 제일 못생긴 것부터 먹어야 늘 내일 더 좋은 것을 먹는다는 희망 속에서 산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반도 못 먹고 아껴두던 과일들을 썩혀서 버리면서도. 또 국을 먹을 때 아내는 건더기에 먼저 수저를 대지만 K씨는 철저한 국물파이기에 건더기를 밀어놓으며 국물을 뜬다는 것이다.
그러던 K씨는 언제부턴지 아내처럼 국 건더기가 좋아지고 탐스러운 사과에 손이 가게 되었단다. 그럴 때 아내는 시든 사과 한쪽을 맛있게 먹고 있더란다.
“부부는 오래 살수록 생김새도 비슷해지고 습관도 같아진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아.”라던 K씨 부부의 오누이같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05-10-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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