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써래/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써래/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5-05-30 00:00
수정 2005-05-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쟁기질 일꾼 남용이가 아침부터 아버지의 타박을 듣습니다. 무논에 이빠진 써래를 그냥 밀어넣은 게 발단입니다. 써래라는 게 망치 자루만한 이빨을 성기게 박아 모내기할 무논을 빗질하듯 가는 농구였는데, 이 걸로 덩이진 흙을 으깨지 않으면 손끝이 쉬 헐어 모내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허섭한 사람 같으니라고. 써래질 그렇게 건성으로 할라치면 이종도 몽땅 네 놈이 해.” 농 섞인 나무람이지만 남용이는 무안해 어쩔 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게 농사일이라는 게 몸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는 걸 남용이가 모를 턱이 없거든요. 그 ‘마음’이라는 게 ‘정성’의 다른 말이니,‘나락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큰다.’라는 말 허언이 아닙니다.

서둘러 마른 가지를 추려 이빨을 박은 남용이가 써래질을 시작합니다.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며 써래질하는 남용이 뒤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뜸부기 소리 꿈결처럼 퍼져 오고, 소 부리는 남용이의 걸쭉한 목청도 구성집니다. 반나절쯤 논배미 하나를 써래질하고 먹는 고봉 새참밥은 또 얼마나 맛납니까. 다 노동이 주는 여락이니,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이런 즐거움을 알 턱이 없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5-3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