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바보 아빠/신연숙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바보 아빠/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5-04-11 00:00
수정 2005-04-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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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자랑하는 사람은 옛날부터 팔불출이라 하여 조롱거리가 돼 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선배 한 분의 천연덕스러운 편지가 출근길 나를 웃겼다.

“딸 자랑하고 싶어 소식 보냅니다. 딸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와튼, 예일,MIT에도 붙었는데 이렇게 빅 스쿨만 네 군데나 합격한 예는 드물다는군요…” 와튼에서 장학금까지 제시해 와튼과 하버드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맨 마지막으로 합격자 발표한 MIT 경영대학원에 사위가 붙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하버드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시댁에서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너무도 정중한 문체가 역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그만 소리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이제 내 나이에 자식자랑할 것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이 편지를 보냈겠는가.‘불출’소리를 듣더라도 자식 사랑은 못 말리는 게 부모다. 다만 나이에 대한 언급은 약간의 면구스러움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담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편지라도 주고받으며 사는 게 바쁜 세상 격조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려니 생각하며 ‘바보 아빠’를 ‘용서’하기로 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4-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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