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독일의 눈물/이용원 논설위원

[씨줄날줄] 독일의 눈물/이용원 논설위원

입력 2005-02-05 00:00
수정 200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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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2월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옛 게토 지역을 찾아 유대인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게토란 나치정권이 유대인들을 처형하기 전에 가두어둔 집단수용지.1943년 초 게토의 유대인들은 나치군대에 대항해 봉기했다. 넉달 동안 계속된 싸움에서 전사하거나, 체포돼 수용소로 압송된 유대인 희생자는 5만 6000명에 달했다.

1975년 독일은 특별법을 제정해 게오르크 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를 설립했다.1950년대에 이미 독일·프랑스 양국의 역사교과서 공동연구를 이끌어낸 사학자 에커트의 사설 연구소를 계승, 확대한 것. 이후 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피해국 폴란드·이스라엘과 각각 역사교과서 공동연구를 성사시켰다.

1995년 1월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5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이는 나치정권에 대한 독일국민의 승리를 상징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1월27일을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는 날로 공식 지정했다.

2000년 독일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발족했다.2차대전 때 나치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개개인에게 국가가 배상하는 기관이다. 앞서 독일은 이스라엘에 250억 마르크를 국가 배상금으로 지급했으며 나치의 피해자 및 희생자 유가족에게는 150억 마르크를 별도로 지급했다.

2005년 5월8일 독일의 정치 1번지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는 대형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학살된 유대인 600만명 모두를 추모하는 기념물이다. 이날은 독일이 2차대전 패전 60돌을 맞는 날이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독일은 나치정권의 과오를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반성했다. 배상기관의 이름에서 보듯 과거를 ‘기억’하고 ‘책임’져야 ‘미래’를 기약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과 이웃의 전쟁 피해국 사이에 ‘진정한 사과’‘교과서 왜곡’‘강제노역 배상’ 등을 둘러싼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일 이스라엘 의회를 방문한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참회의 연설을 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60년 동안 끊임없이 과거사를 반성해온 독일인들의 마음이 응집한, 독일의 눈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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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2-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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