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말고사 문제는 50∼100페이지 범위에서 내겠다.”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듣고 밤새워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시험문제는 앞서 치른 중간고사 범위였던 1∼50페이지에서 출제됐다. 선생님은 “시험범위 밖에서 나온 문제도 풀 수 있는 게 진정한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결과, 당시 1등과 중간쯤 했던 학생간 점수 차이는 별로 없었다.
지난 14일 치러진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사태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이번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이 집단반발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너무 어려운 데다 시간마저 부족해 수년간 학원에서 밤새워 공부한 수험생이나 한 달 가량 준비한 수험생간 차이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명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매년 제기되는 사전유출 의혹을 피하기 위해 종전에 나오지 않았던 문제를 대거 내고 복수정답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사례중심의 문제를 냈다고 한다. 합격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난이도를 올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공단측은 시험이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간과했다. 모든 시험은 변별력이 생명이다. 공단측은 이른바 ‘찍기’가 통하는 문제를 없애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는 학원 모의고사에서 매번 1등하던 수험생도 시간이 없어 결국에는 ‘찍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시험의 난이도가 들쭉날쭉한다면 어느 해에 시험을 보느냐가 당락을 결정하는 꼴이 돼 이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
한 아주머니가 인터넷 사이트에 띄운 글이다.“어려운 살림이지만 300만원에 달하는 수강료를 내고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무난히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부동산중개업소 개업이라는 우리 가족의 꿈은 누가 보상합니까.”
강충식 공공정책부 기자 chungsik@seoul.co.kr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듣고 밤새워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시험문제는 앞서 치른 중간고사 범위였던 1∼50페이지에서 출제됐다. 선생님은 “시험범위 밖에서 나온 문제도 풀 수 있는 게 진정한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결과, 당시 1등과 중간쯤 했던 학생간 점수 차이는 별로 없었다.
지난 14일 치러진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사태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이번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이 집단반발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너무 어려운 데다 시간마저 부족해 수년간 학원에서 밤새워 공부한 수험생이나 한 달 가량 준비한 수험생간 차이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명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매년 제기되는 사전유출 의혹을 피하기 위해 종전에 나오지 않았던 문제를 대거 내고 복수정답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사례중심의 문제를 냈다고 한다. 합격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난이도를 올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공단측은 시험이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간과했다. 모든 시험은 변별력이 생명이다. 공단측은 이른바 ‘찍기’가 통하는 문제를 없애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는 학원 모의고사에서 매번 1등하던 수험생도 시간이 없어 결국에는 ‘찍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시험의 난이도가 들쭉날쭉한다면 어느 해에 시험을 보느냐가 당락을 결정하는 꼴이 돼 이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
한 아주머니가 인터넷 사이트에 띄운 글이다.“어려운 살림이지만 300만원에 달하는 수강료를 내고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무난히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부동산중개업소 개업이라는 우리 가족의 꿈은 누가 보상합니까.”
강충식 공공정책부 기자 chungsik@seoul.co.kr
2004-11-1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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