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추어탕/이기동 논설위원

[길섶에서] 추어탕/이기동 논설위원

입력 2004-07-10 00:00
수정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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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고향집 장독대 한쪽,어린 내 키만하던 큰 독에는 항상 미꾸라지들이 가득 담겨 요동치고 있었다.식성만은 예사롭지 않으셨던 사랑채 증조부의 밥상에는 여름철 내내 추어탕이 떨어지지 않았다.덕분에 그 어릴 적 먹던 추어탕 맛을 내내 잊지 못한다.

추어탕만큼 손이 가는 음식이 또 있을까.산 채로 소금을 뿌려 껍질을 깨끗이 한 추어들을 벌겋게 달군 솥에 참기름과 함께 익혀낸다.그리고 고운체로 속살을 추려내면 추어탕 원액이 된다.여기에 대파,어린배추 등 갖은 채소를 삶아내고 쇠곱창을 넣어 함께 끓여내 다진 풋고추,마늘,산초를 곁들이면 진하면서도 담백한 추어탕이 된다.

어머니는 온 몸이 땀에 젖어 추어탕을 끓여내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객지의 삼촌들은 큰형수의 그 손맛을 못 잊어 이맘때면 고향을 찾아 추어탕 잔치를 벌였다.병석의 어머니가 당신 몸 추스르기도 힘들게 되면서 그 추어탕 맛도 함께 멀어졌다.국자로 간을 보시던 어머니의 그 행복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2004-07-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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