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탄핵사태,대통령 책임은 없는가/임춘웅 언론인

[열린세상] 탄핵사태,대통령 책임은 없는가/임춘웅 언론인

입력 2004-03-16 00:00
수정 2004-03-1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번 일에 국회의 잘못과 함께 대통령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분명히 불난 국회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졸지에 닥친 대통령 탄핵사태의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국민들은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국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여러 통계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이번 탄핵이 원천적으로 잘못됐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탄핵을 몰아붙인 국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부패하고 민생을 외면해온 국회가 명분 없는 탄핵을 강행한데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현명하고 사태를 정확히 보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된다.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일에 국회의 잘못과 함께 대통령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분명히 불난 국회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11일 회견이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경위야 어떻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도 있었고 하니 사과를 하고 탄핵정국을 풀 것을 국회에 당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많은 국민들이 이런 기대를 갖고 이날 노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180도 빗나가고 말았다.회견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노대통령의 그런 초강경 자세를 보며 한편 놀라고 한편으로는 탄핵안은 어차피 국회통과를 못할 것으로 보고 야권과 정면으로 맞서 총선 정국을 이른바 ‘친노’ ‘반노’양대 진영으로 끌고 가려는 선거전략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고 있었다.어쨌건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탄핵 국회 관리를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국회 관리도 하지 않고 막연히 국회가 그렇게까지야 하겠느냐고 안이하게 보았다면 대통령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 아침에야 이상기류를 감지한 듯 청와대 공보수석 이름으로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무엇을 믿고 그런 강공책을 쓴 것일까.어떤 이는 대통령이 탄핵안의 가결까지를 염두에 두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듯하나 지나친 비약이다.국회에서 탄핵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대통령이 이런 결과까지 내다보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그런 예상을 했다손 치더라도 아무려면 대통령이 총선에서 의석 좀더 얻자고 탄핵사태를 자초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이 불행한 사태를 극복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태의 원인을 좀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우선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나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발의가 됐고 가결까지 이루어졌다.왜 이렇게 된 것일까.이런 결과의 저변에는 이 나라의 기득권 정치권이 비주류의 신 권력에 대해 갖고 있는 생래적인 거부감이란 것이 짙게 깔려있다.그렇기 때문에 비주류 권력은 기득권 보수사회의 반동을 막기 위해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그 전술은 이번처럼 작은 꼬투리를 잡아 반격하지 못하도록 빌미를 제공치 않는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런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정면 대결하려는 성향을 보여왔다.이것은 어쩌면 대통령의 콤플렉스인지도 모른다.대통령 못 해먹겠다,나를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나 한 것이냐 같은 말들이 다 이와 관련이 있다.그래서 탄핵사태를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으로 보는 이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우리는 침착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다.그러나 지금까지와 다르게 이번 사태로 우리의 기득권 사회가 엄연한 비주류 권력의 실체를 인정하고,비주류가 주류에 대한 콤플렉스를 털게 된다면 그나마 한국의 정치가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임춘웅 언론인˝
2004-03-16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