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다르다와 틀리다/성기완 팝칼럼니스트·시인

[문화마당] 다르다와 틀리다/성기완 팝칼럼니스트·시인

입력 2004-02-26 00:00
수정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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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거하고 틀려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물론 이 어법은 ‘틀린’어법이다.‘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틀리다’를 썼기 때문이다.대신,“그건 이거하고 달라요.” 이렇게 써야 맞는 문장이다.왜 사람들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것일까.사람들이 하도 많이 이렇게 쓰니 이젠 ‘난 너와는 틀려.’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틀리게 들리지도 않는다.나는 어학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졌을 때 이와 같은 말의 용법이 진짜로 틀린 어법인지 아닌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그러나 중요한 것은,‘틀리다’와 ‘다르다’는 엄밀히 다르다는 점이다.

‘틀리다’는 영어로는 ‘fault’,즉 논리적으로 혹은 이치상 그릇된 어떤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예를 들어 ‘2 곱하기 2는 5’라고 말하면 그건 틀린 말이다.또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이렇게 말해도 틀린 말이다.반면에 ‘다르다’는 영어로는 ‘different’,즉 문자 그대로 ‘다르다’는 뜻이다.한마디로 ‘다르다’는 차이에 관해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이렇게 말하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가리키는 문장이 된다.반대말을 봐도 ‘틀리다’와 ‘다르다’는 엄연히 다르다.만일 초등학교 2학년생쯤에게 반대말 숙제를 내보면 ‘틀리다’와 ‘다르다’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이다.‘그르다’의 반대말이 ‘옳다’인 것과 마찬가지의 쌍이다.반면에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다.

‘틀리다’와 ‘다르다’의 이런 혼동은 내가 볼 때 큰 걱정거리이다.이 말 씀씀이의 안쪽에는 ‘나와 같지 않은 것은 틀리다.’,즉 다른 것은 옳지 않고 그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다른 것은 분명 틀린 것이 아니다.같다,다르다의 개념은 옳다 그르다,하는 가치판단의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그러나 사람들은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면서 은연중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태도는 지역감정,이념 등으로 파당을 갈라 나와 다르면 원수처럼 여기며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우리와 비슷한 듯해도 분명히 다른 사람들인 ‘일본’ 같은 나라들이 한때 우리의 주권을 앗아갔던 적이 있다.우리와 다른 사람들인 그들은 북한산,백두산에 쇠말뚝을 박았고 우리를 마치 그들의 일부인 양 여겼다.그런 불합리는 거꾸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인식을 낳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우리는 ‘나와 다른 나’와 전쟁을 치른 적도 있다.그들은 분명히 나의 일부,즉 우리였다.그러나 광복이 되면서 우리는 갈라졌고 우리 내부의 다른 ‘우리’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동족상잔의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전쟁이란 괴물은 사람들에게 나와 다른 것은 절대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본능을 키워준다.그들은 우리를,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대했다.그것은 생존의 요구였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의 지구촌 시대는 다른 것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의 쌍방향성으로 역동성을 키워 가는 시대이다.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이 어법의 혼란 속에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편협한 우리 마음씨가 스며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타깝다.선거 같은 큰일을 치를 때 이런 마음씨는 극명하게 표출된다.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부디,이번 선거 때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기를.



성기완 팝칼럼니스트·시인˝
2004-02-2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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