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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증시에 개미들 어디 숨었나

황소 증시에 개미들 어디 숨었나

입력 2011-04-30 00:00
업데이트 2011-04-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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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해도 신바람이 안 납니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얼씬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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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증권사 영업 직원의 말이다. 코스피 지수가 이달 들어 신고점인 22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황소 장’(Bull market·강세 장)이지만 개인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 있다. 증권사들은 연말 주가가 최소 2400에서 2550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지만 개미들은 시들한 표정이다. 왜 그럴까.

주된 원인은 ‘2007년 학습효과’로 분석된다.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넘었던 2007년 10월, 자녀 결혼자금, 아파트 중도금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등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정확히 1년 뒤 주가가 930대로 떨어지는 악몽을 맛봤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다시 2007년 수준을 회복하자 개미들의 본전 찾기 심리가 발동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3조 6564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1년간 모두 21조 5697억원이 유출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2000일 때 펀드에 물렸다가 반토막 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주가 2200선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신도 한몫 했다. 6년째 주식 투자 중인 회사원 주민선(32)씨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투자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이들이 언제 한국 시장을 떠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 3940억원을 꾸준히 사들였던 외국인은 연초 들어 ‘바이(Bye) 코리아’의 징후를 드러냈다. 지난 2월, 17거래일 중 5일을 제외하고 매도세를 보이면서 3조 4756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달에도 2~15일 1조 758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7일에는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이 “한국 경기가 안 좋고 기업실적이 악화해 2분기에 코스피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자 장중 주가가 30포인트가량 뚝 떨어졌다. 외국인이 언제든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다는 데 대한 불안심리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미들이 아예 주식시장을 등진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연말에 2400까지 주가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2200선에서 투자에 들어가면 수익률이 10%도 안 난다. 따라서 개미들이 주가가 조정되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13조 7020억원에서 지난 28일 17조 382억원으로 26.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에 이르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대기자금을 넣어둔 투자자들이 주가가 단기간에 300포인트 가까이 오른 데 부담을 느끼고, 시장을 지켜보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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