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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음쓰를 그냥 버려요

요즘 누가 음쓰를 그냥 버려요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1-08-10 17:20
업데이트 2021-08-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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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필수가전 음식물처리기 대해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일까. 여름철 불청객 초파리는 ‘귀차니즘’ 속 방치된 싱크대 배수구의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란다. 큰맘 먹고 청소를 하자니 끔찍한 냄새에 한 번, 물에 불은 역겨운 형상에 또 한 번 구역질이 나온다. 요즘 신혼부부 혼수가전에 ‘음식물처리기’가 필수가 된 이유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음식물처리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을 막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중소 가전업체 위주로 웰릭스, 스마트카라, 에코체, 신일전자, 캐리어에어컨, 린나이, 휴렉 등이 주요 판매업체로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정 보급률은 0.5%에 불과하지만 빠르게 성장해 2023년에는 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규모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음식물처리기는 최근 등장한 신문물이 아니다. 2006년 처음 시장에 나왔지만, 이내 외면받았다. 막대한 전기 사용량과 엄청난 소음, 긴 처리시간, 냄새 등으로 ‘쓸모없는 가전’으로 치부됐다. 업계가 무려 15년간 기술을 고도화한 끝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 기간 확대, 높아진 위생 관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시판되는 음식물처리기는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싱크대에 설치해 흔히 일체형으로도 불리는 ‘습식분쇄형’과 별도로 설치하는 스탠드형에 속하는 ‘건조분쇄형’, ‘미생물발효형’으로 구분된다.

싱크대에 설치하는 일체형 습식분쇄형의 가장 큰 장점은 음식물을 몇 분 내로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모터를 이용해 음식물을 잘게 갈아내고 분쇄된 잔여물이 내려가 2차 처리기에서 다시 여과되는 과정을 거친다. 단점은 환경오염 우려다. 한때 2차 처리기 내 거름망을 없애는 방식으로 불법 개조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수질오염, 역류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환경부의 하수도법 고시에 따라 인증을 받은 제품만 일반 가정에 합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인증 제품은 인터넷 ‘주방용오물분쇄기 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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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렌탈케어 ‘하이브리드 싱크케어 음식물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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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의 홈케어 서비스 기업인 현대렌탈케어는 최근 배관 전면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물처리기 렌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싱크대 마개를 덮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허머’와 협업해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싱크케어 음식물처리기’를 구매하면 된다. 가입한 지 2년이 지나면 싱크대 배수관을 무상으로 바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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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라 ‘스마트카라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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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체 음식물처리기(ECC-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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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 ‘에코 음식물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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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탠드형은 일체형 제품보다 처리시간이 길지만, 친환경적이다. 건조분쇄형은 음식물을 고온으로 건조한 뒤 분쇄해 가루 형태로 잔여물만 남긴다. 습식분쇄보다 처리시간이 긴 이유는 음식물에 대체로 물기가 많아서다. 처리시간은 음식물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5시간 정도다. 대신 건조한 뒤 분쇄하면 음식물쓰레기의 부피를 80~90%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카라의 ‘스마트카라 400’, ‘김남주 음쓰처리기’로도 잘 알려진 에코체의 ‘ECC 시리즈’, 신일전자의 ‘에코 음식물 처리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조통에 음식물쓰레기가 눌러붙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카라는 아예 건조통을 정기적으로 갈아 줘야 하는 탈취 필터와 같은 소모품으로 지정해 4만원(스마트카라400)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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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홈시스 ‘맘편한 음식물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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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에어컨 ‘클라윈드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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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발효형은 제품 본체에 담긴 미생물 제제를 통해 미생물을 배양한 뒤 음식물을 분해한다. 음식물 잔여물은 흙과 같은 거름이 된다.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다만 분해에 걸리는 시간이 약 하루가 걸릴 정도로 길다. 미생물 제제도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쿠쿠홈시스의 ‘맘편한 음식물처리기’, 캐리어에어컨의 ‘클라윈드위즈’ 등이 미생물발효 방식이다.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보다는 확실히 발전된 기술로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소음과 냄새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속 집밥을 먹는 사람이 늘면서 처치 곤란인 음식물쓰레기가 가정 내 문제로 자리잡으며 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처리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꾸준한 연구개발(R&D)이 뒷받침돼야 뚜렷한 성장세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1-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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