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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시정안 10년… ‘기업 면죄부’ 오명 벗나

자진시정안 10년… ‘기업 면죄부’ 오명 벗나

나상현 기자
입력 2021-03-14 20:58
업데이트 2021-03-1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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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동의의결제도 사후감시 강화

“기존 이행점검 방식을 보완해 동의의결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경쟁 이슈를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최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자진시정안’이라고도 불리는 동의의결 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해 위법성 판단 없이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오는 5월부터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동의의결 제도 이행 감시를 담당하게 됩니다.

2011년 처음 우리나라에 동의의결 제도가 생긴 이래 공정위는 18건의 신청을 받아 10건을 인용했습니다. 최근엔 국내 이동통신3사 갑질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가 거래 조건 시정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해 공정위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죠. 동의의결의 장점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불공정 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빠르게 구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업 면죄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습니다.

신속한 피해 구제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면죄부 오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신뢰 부족’을 꼽습니다. 동의의결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믿음을 주려면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사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 국민은 이행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동의의결안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만, 실제로 이행점검 결과가 어땠는지 여부가 제대로 발표된 적은 없기 때문이죠. 공정위 관계자는 14일 “현재는 사건을 맡았던 부서가 계속 이행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데, 새로운 사건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꼼꼼하게 점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공정위는 철저한 사후 관리를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산하 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과 소비자원에 이행 점검 부서를 만들어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에 따르면 매 분기마다 공정위에 이행점검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이미 공정거래조정원은 조직 개편을 거쳐 관련 전담팀을 만들었고, 소비자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생긴 지 10년이 돼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면죄부’ 논란은 결국 사후 관리까지 철저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국민이 확인할 수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21-03-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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