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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영양 차이 없는데 겉모습 보고 등급 외 결정

맛·영양 차이 없는데 겉모습 보고 등급 외 결정

장세훈 기자
입력 2020-08-24 17:28
업데이트 2020-08-2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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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색깔·낱개 고른 정도 보고 판단
품질 중심으로 등급 기준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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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과일 등급 외(못난이) 발생
채소 과일 등급 외(못난이) 발생
‘못난이’(등급 외) 농산물이 양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농산물 등급 분류 기준이 ‘겉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맛과 영양 등 질적으로는 차이가 없거나 적음에도 외모 때문에 상당수 농산물이 이른바 ‘B급 먹거리’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얘기다.

24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따르면 현행 농산물 등급 분류는 ‘농산물 표준규격 고시’에 따른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과 채소는 물론 각종 버섯, 화훼 작물까지 품목마다 세밀한 등급 분류 기준이 제시돼 있다. 농산물이 정식 유통체계를 밟으려면 이 표준규격에 따라 특, 상, 보통 등으로 등급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등급 분류 기준이 모두 농산물의 겉모습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품목 대부분이 모양과 색택(색깔과 윤택), 낱개의 고르기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특등급 오이는 상자에 담긴 낱개의 길이가 평균에서 2㎝를 넘는 것이 10% 이하이고, 처음과 끝의 굵기가 일정하며, 구부러진 정도가 1.5㎝ 이하여야 한다. 물론 병충해를 입었거나 상처가 나면 안 된다. 오이 본연의 맛과는 무관한 기준들만 있는 셈이다. 양파도 크기 기준에 맞지 않는 수확물이 10% 이하이고 품종 고유의 모양에 윤기가 뛰어난 것이 특등급을 받는다. 사실상 요리에 쓰는 채소의 경우 겉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손질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겉모습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해 1월 개정한 농산물 표준규격에는 과일의 경우 당도와 산도, 고추는 매운 정도 등을 표시하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등급 분류 기준과는 무관하다. 이미 겉보기에 따라 특·상 등급을 받은 품목을 유통할 때 따로 당도와 산도 등을 표시하는 것일 뿐이다.

등급 기준을 품질 중심으로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오랜 기간 시장에서 쓰였고 소비자들의 농산물 선택 기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기준 개선이 어렵다면 소비자 인식 개선과 함께 등급 외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농가에 농업기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등급 외는 노령 농가나 부녀자 농가 등 기술이 취약한 농가에서 더 많이 나온다”며 “정부가 등급 외 최소화를 위해 이들 농가에 농업기술을 적극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shjang@seoul.co.kr
2020-08-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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